박연차 회장 혐의는 조세포탈·증권거래법 위반·뇌물공여+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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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 혐의는 200억원대의 소득세와 50억원가량의 주식 양도소득세 포탈로 나뉜다. 소득세 부분은 박 회장이 대리인을 내세워 홍콩에 APC라는 법인을 만든 뒤 세금을 포탈했다는 것이다. 2002년부터 약 3년 동안 중국과 베트남 신발 공장에서 얻은 태광실업의 수익금 600여억원을 이 회사에서 개인 배당금을 받는 형식으로 빼돌려 결과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다. 국세청은 박 회장이 해외에서 얻은 개인 소득을 신고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는 입장이다. 검찰은 600억원 중 일부가 국내에서 건너간 자금인 것으로 밝혀지면 외국환관리법 위반 혐의도 적용할 방침이다. 또 이 돈에 태광실업의 돈이 포함됐다면 횡령과 배임 혐의로도 처벌이 가능하다.

조세 포탈, 증권거래법 위반, 뇌물 공여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10일 밤 15시간에 걸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 회장은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양도소득세는 박 회장의 세종증권 및 휴켐스 주식 거래와 관련돼 있다. 박 회장은 세종증권과 휴켐스 주식을 차명으로 거래하며 300억원에 가까운 시세 차익을 얻었다. 주식 매매 때 해당 회사의 지분을 3% 이상 가진 경우에는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박 회장은 차명으로 분산 거래해 세금 부과를 피했다. 검찰은 탈세액을 40억~5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박 회장도 양도소득세 포탈은 인정하고 있다.

세종증권 주식 거래는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이어진다. 박 회장은 농협이 내부적으로 세종증권 인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던 시점에 이 회사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그리고 인수가 결정된 뒤 팔았다. 검찰은 박 회장이 평소 가까이 지내던 정대근 당시 농협중앙회 회장으로부터 내부자 정보를 얻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뇌물 공여 혐의는 농협의 정 전 회장과 관련된 것이다. 박 회장은 2006년 정 전 회장에게 차명계좌를 통해 20억원을 건넸다. 이 돈은 1년 뒤 다시 박 회장에게 돌아왔고, 이후 한 차례 더 전달과 반환의 과정을 거쳤다. 수사팀은 이 돈이 태광실업에 대한 농협의 휴켐스 매각 또는 남해화학 인수 시도와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로비자금이거나 대가성 있는 돈이라는 얘기다.


검찰은 박 회장이 진해시와 김해시에서 차명으로 아파트 시행사업을 하며 수백억원을 챙겼다는 의혹도 조사 중이다. 이는 탈세·배임·횡령 혐의로 연결될 수 있다. 정치인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하고 관료들에게 금품 로비를 했다는 의혹도 검찰이 집중적으로 확인하고 있는 부분이다.

◆전격 출석= 박 회장은 이날 오전 8시 대검 중수부에 출석해 15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소환 시점을 사전에 공개하지 않았다. 박 회장이 언론 노출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전달한 데 따른 것이다. 피의자 신문은 8일 전 노건평씨가 소환 조사를 받은 대검 11층 특별조사실에서 이뤄졌다. 박 회장은 오후 11시에 귀가하면서 탈세 혐의에 대해서는 “세법을 잘 몰랐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하지만 휴켐스 인수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정상적으로 했고 의혹은 없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에 대한 변호는 박상길(전 부산고검장)·최찬묵·이병석 변호사 등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들이 맡고 있다. 김앤장의 윤주영 변호사는 이날 조사에 입회했다. 박 회장의 사돈인 김정복 전 중부국세청장은 탈세 부분에 대한 조언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언·정선언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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