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건설업] 삼성물산 건설부문, 재건축·재개발 수주 물량만 12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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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에 대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평가다. 건설업계가 미분양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무에 신음하고 있지만 삼성물산에는 ‘안정’과 ‘성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이 회사의 재무 및 실적 안정성은 신용평가기관의 평가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달 초 20개 건설사의 신용등급을 대거 하향 조정하면서도 삼성물산에 대해서는 기존 등급(무보증 사채 AA-, 기업어음 A1)을 유지했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건설업계를 짓누르고 있는 미분양 굴레에서 벗어난 회사다. 현재 미분양 물량이 1000여 가구로 업계 최저 수준이다. 미분양에 묶인 자금은 3000여억원에 불과하다.


◆리스크 관리=삼성물산이 국내 건설업계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미분양에서 자유로운 이유는 뭘까. 철저한 리스크 관리 때문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물산의 위기관리 능력은 이미 업계에서 정평이 나 있다. 철저한 사전조사를 통해 수익성과 성장성을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평가되는 프로젝트는 수주 심의 대상에 명함조차 내밀지 못한다. 사내 수주심의회에 오르더라도 이를 통과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현재 대구의 한 곳을 제외하곤 지방에 주택 사업지가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5년 전부터 위험관리팀을 만들어 수주심사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하고 있다”며 “실적을 위한 사업 대신에 수익성과 안정성이 보장되는 곳 위주로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사업을 진행한 게 주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철저한 위기관리 시스템이 불황기에도 기업의 안정적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발판이 된 셈이다.

삼성물산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주택시장 호황기에도 서울·수도권 재건축·재개발 위주로 주택사업을 진행해 왔다. 이유는 간단하다. 재개발과 재건축사업이 자체 개발사업보다 리스크가 작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9월 말 기준으로 재개발·재건축 비중이 전체 주택 수주 물량의 90%를 차지한다. 재개발·재건축에 주력하다 보니 PF 부실 걱정은 작다. 재개발·재건축은 토지비를 조달하지 않아도 돼 PF 대출을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의 PF 사업지는 단 3곳(대출 규모 4672억원)에 불과하다. PF 대출금액이 수조원대에 달하는 업체들과 대비된다. 삼성물산의 PF 대출도 토지 매입용보다 건축비 용도가 대부분이어서 부실화할 가능성이 거의 제로(0)에 가깝다는 게 금융업계의 평가다.

◆브랜드 파워=삼성물산의 안정적 성장에는 ‘래미안’이라는 브랜드 파워도 한몫했다. 국내 최고의 브랜드 인지도가 재개발·재건축 수주전에서 경쟁력이 된 것이다. 이 회사는 현재 국내 최대 수준인 12조2290억원에 달하는 재건축·재개발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분양시장에서도 브랜드 덕을 톡톡히 봤다. 시장 침체 속에서 올 8월 분양한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재개발단지 래미안 전농2차는 1순위 청약에서 최고 65대1, 평균 3.8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성북구 종암동 재개발단지 래미안 종암3차도 최고 20대1, 평균 8.1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삼성물산은 올해 뛰어난 경영성적을 나타내고 있다. 9월 말 기준 매출이 5조1238억원으로 지난 한 해 수준(5조2084억원)과 맞먹는다. 영업이익은 2921억원으로 지난해 수준(2737억원)을 넘어섰다. 삼성물산의 내년 목표는 세계시장 공략이다. 이상대 사장은 “2020년까지 ‘글로벌 톱 10’에 진입하는 게 목표”라며 “이를 위해 내실 위주 수주와 사업 관리, 원가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해외 사업에도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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