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착촌 추가건설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또 정면대결-중동평화 물거품 위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정부가 26일 동예루살렘 유대인정착촌 건설계획을 승인함에 따라 지난 1월 헤브론협정으로 어렵사리 재가동에 들어갔던 중동평화의 시계는 두달도 안돼 다시 멈춰버릴 위기에 처했다.

동예루살렘에는 장갑차를 동원한 이스라엘군 병력이 증파된 가운데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사실 네타냐후의 이번 조치는 팔레스타인측은 물론 미국등 국제사회의 의표를 찌른 예상밖의 강공이다.

그러면 네타냐후가 팔레스타인측과 평화의 악수를 나눈지 6주만에 태도를 빠꾼 이유는 무엇인가.

무엇보다 우익 연립정부안에서 그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져 실각 위기에까지 몰리자 탈출구로 정착촌 문제를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네타냐후는 최근 검찰총장 임명을 둘러싼 부패스캔들로 경찰의 조사를 받는등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려있다.

야당인 노동당은 내각 총사퇴와 조기총선을 요구,거센 정치공세를 펼쳐왔다.우익 연정파트너들도 정착촌 건설을 승인하지 않으면 연정에서 탈퇴하겠다고 위협했다.

정착촌건설 승인에는 건설업계'큰 손'들의 로비도 크게 작용했다.팔레스타인 사람들로부터 헐값에 땅을 사둔 이스라엘 건설업자들은 정착촌 개발을 통해 막대한 이득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정착촌 건설이 네타냐후의 뜻대로 성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목숨을 건 저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동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이 지난 67년 강제 점령한 이슬람의 성지로 팔레스타인측이 오는 99년 출범할 독립국가

의 수도로 지목한 곳이다.때문에 동예루살렘을 돌려받는 것은 고사하고 유대인들의 정착지로 굳어지는 현실은 도저히 좌시할 수 없는 일이다.

유엔을 필두로 한 미국등 국제사회의 압력도 만만치않을 전망이다.정착촌 건설이 강행될 경우 당장 다음달로 예정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팔레스타인 최종 지위에 대한 협상'이 전면 중단될 것은 뻔하며 이는 곧 중동평화를 위해 국제사

회가 그동안 기울여온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김광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