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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now] 구인광고에 “○○출신 사절” 노골적인 중국의 지역감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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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허난(河南)사람, 둥베이(東北)인은 성가시게 굴지 말 것!”

최근 베이징(北京)시 남부 다싱(大興)구 주궁(舊宮) 지역의 우메이(物美) 수퍼마켓 내 한 분유 상점 앞에 내걸린 구인 광고 문안이다. 마치 과거 중국이 ‘동아시아의 병자(東亞病夫)’라고 조롱받았던 1900년대 중반, 상하이(上海) 조계(租界) 내 일부 식당과 공원에 나붙었던 ‘개와 중국인 출입금지(No Dogs and Chinese allowed)’라는 푯말을 연상시키는 문구다.

판매직 사원을 뽑는다는 광고를 보고 이곳을 찾은 허난성 출신의 차오(曺·43·여)는 광고문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그는 “베이징에서 일한 지 8년이 됐지만 이처럼 기막힌 채용 조건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차오는 구인광고를 낸 수퍼마켓 내 한 화장품 가게를 다시 찾아갔다. 그러나 상대방은 “허난성 출신”이라는 말 한마디에 고개를 돌렸다. 보다 못한 옆 식품부의 한 점원이 다가와 “허난성 출신이라고 얘기하지 마라”고 귀띔했다. 수퍼마켓 업주가 싫어한다는 게 이유였다. 차오는 비로소 상점 앞에 내걸린 문구가 수퍼마켓 자체 규정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차오의 제보를 받고 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 경화시보(京華時報)의 한 기자가 이곳을 찾았다. 매장 책임자는 솔직하게 이 규정을 인정했다.

“과거 둥베이인 몇을 고용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사소한 일로 말썽과 분쟁을 일으켰다. 허난인을 고용하면 꼭 치약·콩기름 등이 없어졌다. 허난인 직원이 저질렀다는 증거는 없지만 심증은 있다. 그래서 둥베이·허난인은 채용하지 않는다”고 이 책임자는 설명했다.

중국 내 지역감정은 표면화된 적이 거의 없다. 당국의 ‘전인민 단결’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3~4시간 시차가 나는 전 국토를 하나의 시간대로 묶을 만큼 ‘통일과 단결’에 집착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감정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

그러나 중국에 지역감정이 있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안다. 이처럼 큰 나라에 지역감정이 없다면 그 자체가 비정상일 수 있다. 문제는 지역감정이 너무 노골적으로 표면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날로 심해지는 지역 간 빈부격차, 그리고 날로 강해지는 지방주의가 배경이다.

이 사건이 사회 문제로 번지자 시 노동보장국은 즉각 “이는 취업권을 보장한 노동법과 민족·성별·본적·종교 등을 이유로 취업에 차별을 받지 않는다는 취업촉진법을 정면으로 위배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법보다 더 무서운 것이 사회 분위기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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