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칼럼] 금융위기, 아시아 안보 지형 바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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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뉴스위크 편집장인 파리드 자카리아 등은 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줄고 중국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2조 달러에 달한다. 미국이 이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탓에 중국을 제대로 견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말 중국의 대미(對美) 의존도보다 미국의 대중(對中) 의존도가 더 높을까? 중국은 제한적 변동환율제를 택하고 있다. 사실상 고정환율제에 가깝다. 그 때문에 보유 외환을 미국 재무부 채권과 같은 해외 자산에 묶어둘 수밖에 없다. 또 중국은 대량 실업으로 인한 사회 불안정을 막기 위해 최소 8%대 성장률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금융위기로 이미 내년 성장 전망을 9%로 낮춰잡았다. 랜드연구소는 실제 성장률이 5%대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둘째, 아시아와 미국의 결별이 빨라지리란 전망이 있다. 아시아의 지역주의는 1997~98년 외환위기 이후 소위 ‘워싱턴 컨센서스(미국식 시장자유주의를 확산시키자는 합의)’에 대한 우려와 함께 가속화됐다. 당시는 미국의 경제력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점이다. 반면 현재의 위기는 그 미국식 시스템의 실패로부터 시작됐다. 그 때문에 아시아가 이번 금융위기를 계기로 미국의 그늘에서 벗어나려 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은 과장됐다. 이번 금융위기의 주요 대책은 주요 8개국(G8)에 한국과 중국·호주·인도·인도네시아 등이 추가된 G20 회담을 통해 마련됐다. 과연 자원이 부족한 아시아 경제가 위기관리의 무거운 짐을 직접 지고 싶어 할까? 일본은 한때 도입을 검토했던 아시아통화기금(AMF) 대신 국제통화기금(IMF)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중국은 지역경제 리더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인민폐가 저평가되는 걸 방관하며 외국 시장에 철강 등을 덤핑 판매해 왔다. 가까운 미래에 상하이나 도쿄·서울이 금융 중심지로서 뉴욕을 대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월스트리트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 금융기관들은 여전히 뉴욕이 세계 금융시장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셋째, 북한은 금융위기로 어떤 영향을 받을까. 일반적으로 국제 시스템이 약해지면 ‘불량’ 국가들이 득을 본다. 미국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이란·파키스탄 문제에다 이번 금융위기까지 겹쳐 정신이 없다. 중국은 경제 불안을 겪고 있는 북한을 압박하는 데는 반대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식량·에너지 지원 규모는 줄이려 할 것이다. 이는 북한을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 수 있다.

마지막으로 미국이 아시아 내 군사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도 관심사다. 십수 년간 두 자릿수로 늘어온 중국의 방위비 증가율은 금융위기로 다소 둔화할 것이다. 그러나 지역 내 다른 국가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다.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발목 잡힌 상황에서도 아시아에 F-35 전투기 등 중요 해·공군 자원을 배치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상황이 계속 나빠진다면 어려운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금융위기가 전문가들의 주장만큼 근본적 변화를 가져오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향후 2년 안에 상황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더 큰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강력한 경제팀을 짰다. 출발은 희망적이다.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정리=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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