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리뷰>정경화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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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오는 3월1일 서울공연을 앞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48)씨가 브람스 서거 1백주년을 맞아 브람스 소나타집 음반을 내놓았다.

이미 EMI와 바르토크.베토벤.브루흐.드보르자크 협주곡을 내놓은바 있는 그는 최근 공연 뿐만아니라 레코딩에서도 소나타에 많은 비중을 두는 것같다.

브람스가 바이올린 소나타를 작곡하기 시작한 것이 45세때의 일이니까 오랜 연륜이 브람스다운 해석을 낳을 법도 하다.

협주곡에서 위력을 발휘했던 특유의 화려하고 날카로운 음색 대신 폭넓은 따뜻함과 유연성이 돋보인 것은 예상대로였다.

하지만 따뜻한 음색이 얼버무리는 듯한 음정과 맞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제1번 G장조 1악장에서 유연한 호흡과 프레이징이 미흡한데다 군데군데 불안한 음정도 노출됐다.

음색으로 말하자면 아직까지 질풍노도와 같은 낭만적 격정을 담고 있는 제3번 d단조가 더 잘 어울리는 것같다.

피아니스트 피터 프랭클과 호흡을 맞춘 이 음반은'따로 또 같이'를 덕목으로 삼는 바이올린-피아노 듀오의 제맛을 살리지 못한 것도 흠이다.자기 목소리를 내면서도 상대방의 기운을 꺾지 않으려면 고도의 실내악적 감수성이 필요한 법이다.

겹겹이 쌓인 선율의 층,시시각각 변하는 다양한 표정을 담아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다만 시종일관 템포가 흔들리지 않는 안정감을 유지하고 있고,표면적인 선율의 아름다움 못지 않게 내적 구성미를 중시했던 브람스 특유의'중용(中庸

)'의 미학을 충실히 일궈낸 흔적이 역력하다.그런 점에서 이 음반에서 가장 높이 평가하고 싶은 곡은 제2번 A장조다.

정씨는 이번 내한공연에선 피아니스트 이타마르 골란과 듀오로 브람스의'소나타 제1번 G장조'를 들려줄 예정.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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