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쿼터>흑인들이 농구 잘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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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지난 19일 대전 충무체육관은 한국 프로농구사상 첫'트리플 더블'을 기록한 제럴드 워커(SBS) 선수에게 보내는 팬들의 박수와 환호로 들끓었다.

현란한 드리블,정확한 슛감각,놀라운 점프력과 동물적인 반사신경등 농구선수에게 필요한 기본을 모두 갖춘 이'흑인 용병특급'의 등장은 흑인들에 의해 지배되는 미국프로농구(NBA)의 현실을 그대로 말해주는 듯했다.흑인용병들의 실력에 따

라 팀성적이 좌우되는 것이 한국농구의 현주소가 아닌가.

NBA는 미국 인구의 11%에 불과한 흑인들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래리 버드.존 스탁턴등 가뭄에 콩나듯 끼어있는 백인선수들은 그 희소가치로 명성을 얻지만 마이클 조던.섀킬 오닐.데이비드 로빈슨.아킴 올라주원등 쟁쟁한 흑인들은 그

실력으로 승부하고 있다.

평균연봉 2백50만달러의 NBA 선수 90%가 흑인인 것은 '아메리칸 드림'과 길거리농구의 합작품이라 볼 수 있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우리는 꿈을 가지고 있다”고 외친 이후 흑인들은 그들의 뛰어난 신체조건을 앞세워 스포츠계를 주름잡기 시작했다.특히 농구의 경우는 천혜의 반사신경과 신체적 특성을 지닌데다 공터마다 세워진 골대와 길거리농구에 힘

입어 어릴 때부터 충실한 기본기를 닦을 수 있었다.

이들의 신체적 특성으로는▶무릎의 전방 십자인대가 황인이나 백인보다 훨씬 두텁고 부드러우며▶척추가 유연해 순발력.복원력이 뛰어나고▶사지가 길어 드리블.리바운드에서 우세하며▶혈액의 헤모글로빈이 커 산소 수용량이 많아짐으로써 지구력이

강해 경기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따라서 이들이야말로 현대 스포츠의 3요소인 뛰고,던지고,달리는 기본을 가장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구한말 힘든 테니스 경기를 지켜보던 양반께서“그렇게 땀을 흘리며 힘이 드는 운동은 하인들에게나 시키지”라며 코웃음을 치던 현상이 지금 미국 백인사회에 퍼져있는 셈이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될 사실은 흑인들이 힘들여 운동을 하고 나면 돈방석에 안게 돼 거꾸로 백인을 지배하게 된다는 점이다.

인종적 편견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흑인용병들에게 끌려다니는 한국농구의 현실이 안타까워 푸념삼아 늘어놓아 보았다. 방열<경원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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