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수퍼 경제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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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호 30면

버락 오바마 미국 차기 행정부의 경제팀 진용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류(first rate)’ ‘A급’ ‘스타군단’ ‘이보다 더 나을 수 없는’ 등 수식어가 한둘이 아니다. 미국에서 경제각료나 참모 인선이 세간의 주목을 받는 일은 매우 드물다. 정부보다 시장을 중시하는 전통 때문이다. 그만큼 경제상황이 엄중하고, 경제회생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하는 인선으로 읽힌다. 그러나 베스트 진용이 베스트 실적을 낸다는 보장은 없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 측은 벌써부터 클린턴 정부 사람들의 재결집(reunion) 정도로 깎아내리고 있다.

오바마 경제팀의 두 축은 래리 서머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장과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다. NEC는 토론 좋아하는 클린턴 대통령이 만들었다. 부처 간 이견을 조정하고, 대통령의 경제 어젠다를 챙기며 그 이행을 모니터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정직한 조정자(honest broker)’일 뿐 각광받거나 대통령의 힘이 실리는 자리는 아니었다. 부시 현 대통령의 NEC 의장은 누구인지 눈에 잘 뜨이지도 않는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서머스 자신은 재무장관을 희망했고, 오바마 의중도 그랬던 것처럼 전해진다. 다만 서머스가 과거의 ‘말실수’로 구설에 많이 올라 상원 인준이 여의치 않을 것을 우려해 인준 청문회가 필요 없는 NEC 의장 자리를 맡겼다는 후문이다.

오바마는 대신 서머스에게 경제정책을 자문하고 조정하는 막중한 역할(critical role)을 맡길 것이라고 힘을 실어주었다. 이 점으로 미루어 닉슨 대통령 때의 막강한 국가안보보좌관 헨리 키신저처럼 서머스가 오바마의 ‘경제 키신저’가 될 거라는 예측도 나돈다.

서머스는 16세에 MIT에 입학하고 28세에 하버드대 최연소 교수가 된 수재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새뮤얼슨과 케네스 애로의 조카다. 고집이 세고 오만해 팀워크나 조정 역에는 어울리지 않는 성격으로 정평 나 있다. 또 한 축인 가이트너 재무장관과는 과거 클린턴 정부 시절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 밑에서 같이 일했다. 특히 서머스가 재무부 차관·장관을 거치면서 가이트너를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로 밀어 준 인연이 있다.

여기에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그리고 이번에 신설한 경제회복자문위원회(ERAB)가 있다. 3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CEA는 연례 경제보고서를 작성하고 정책자문을 하지만 역시 두각을 드러내는 자리는 아니다. 로라 타이슨, 진 스펄링, 그레그 맨큐, 벤 버냉키, 에드워드 래지어 등 전·현직 CEA 위원장 면면이 그러하다. 관심은 2년 한시기구인 ERAB의 역할이다. 오바마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으로 명성을 날린 ‘전설의 인플레 투사’ 폴 볼커에게 ERAB 위원장을 맡기고, 정부 바깥 각계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기 위해 경제계·노동계·학계 인사들을 위원으로 곧 지명할 예정이다. 과거 레이건 대통령은 첫 번째 임기 때 비슷한 경제정책조정위원회를 만들고 조지 슐츠 의장 아래 밀턴 프리드먼, 앨런 그린스펀, 아서 번스, 허버트 스타인, 아서 래퍼 등 기라성 같은 인물들을 포진해 ‘레이건의 번영’을 도모했다.

오바마는 전략가 서머스, 집행가 가이트너 두 축에 크리스티나 로머의 CEA가 기술적 자문을 하고, 폴 볼커의 ERAB가 어깨 너머로 훈수하는 체제를 구축했다. 여기에 3조 달러의 정부 지출을 주무르는 예산국장엔 브루킹스연구소 해밀턴 프로젝트를 맡았던 피터 오스작을, CEA와 ERAB의 실무 책임자엔 그의 오랜 경제자문역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대 교수를 겸직시켜 연결고리도 만들었다. 이들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공격적이고 가장 정부 개입적인’ 정책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의 능력으로 따지면 미국 경제가 하늘로 치솟을 법도 하지만 노벨 경제학상의 65%를 휩쓰는 미국의 경제가 이 지경이 된 걸 보면 현실은 다른 것 같다. 서머스는 경기촉진 재정정책은 타이밍이 절묘(Timely)해야 하고, 목표가 분명(Targeted)해야 하며, 한시적(Temporary)이어야 한다는 ‘3T’를 생명으로 내걸었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 첫 100일 동안의 ‘대반전’을 위해 이들은 이미 전력질주를 시작했다. 이들 수퍼 스타가 얼마나 잘 합심해 일을 도모할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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