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차별 금지법 시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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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25일 공개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시안은 차별의 유형을 구체화하고 어기는 사람에 대해 강력한 처벌 조항까지 담았다. 실천력까지 갖추고 있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변용찬 장애인복지팀장은 "이번 시안은 비장애인이 일상생활에서 장애인 차별이라고 느끼지 못하는 부분까지 차별(간접적 차별)로 규정해 이를 금지함으로써 장애인 인권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런 방향이 옳다 하더라도 우리의 경제.사회 여건을 감안할 때 무리가 따른다는 비판도 만만찮아 입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주요 내용과 의미=신체적.정신적 요인에 의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할 수 없을 뿐아니라 사회 참여의 기회가 저해된 사람이나 장애의 위험이 있는 사람도 장애인으로 정의했다.

가해자인 차별한 사람은 장애를 이유로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거나, 차별이 피할 수 없는 행위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책임을 면하도록 했다.

시안이 차별을 금지한 분야는 ▶고용▶교육▶공공시설 및 교통수단▶정보통신▶행정 및 사법절차▶선거권 등이다. 고용 차별 금지와 관련, 사업주는 장애인 근로자가 원할 경우 통상적인 휴가 외에 1주일의 특별유급휴가를 주도록 했다. 사업장의 규모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다. 상시 근로자 300명 이상 사업장에는 장애인 대표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장애인 근로자의 건의나 이의제기 등을 상담하고 사업주와 협의해 해결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또 장애인은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했다. 모든 학교는 이에 필요한 교사를 배치하고 시설을 갖춰야 한다.

◇전망=한국 국.공사립 초.중.고교장협의회 이상진(대영고 교장)회장은 "장애학생을 교육할 수 있는 시설이나 특수교사 고용 등의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교장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재계도 고용 차별 금지나 편의시설 미비 등에 대해 이행강제금을 물리고 처벌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하고 있다. 또 엘리베이터 등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예식장 등 공중시설 업주들의 반발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장애인 단체도 불만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연대회의 신용호 상임집행위원장은 "우리의 주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독자적인 법률 시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신성식.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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