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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북한 취재일기

‘북한 달래기 삐라’도 뿌려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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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경남본부의 김영만 상임대표는 “삐라 단체들이 입장을 바꾼 만큼 우리도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는 않겠지만 저쪽에서 액션(삐라 재살포)이 있으면 우리도 (맞대응 삐라)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 인터넷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삐라를 보낼 경우 남쪽 다수는 평화통일을 바라고 (대북 삐라 단체가 보낸) 삐라는 우리 민족이 바라는 게 아니라는 내용을 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삐라에 북한 체제에 대한 고무·찬양이 없을 경우 국가보안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비공식 설명도 정부로부터 들었다고 한다. 자칫 북으로 두 종류의 삐라가 올라가는 희한한 상황이 올 수도 있는 셈이다.

이미 삐라를 놓고 남남 갈등은 몸싸움으로까지 번졌다. 2일 임진각에서 가스총까지 등장하며 대북 삐라 단체와 진보단체 간에 벌어졌던 멱살잡이는 다음 날엔 “대한민국 내 암적 존재” “한 줌도 안 되는 반북대결주의자들”이라는 상호 비난의 성명전으로 이어졌다.

북한은 내부 결속을 위해 삐라를 막고 있는데 우리는 삐라를 놓고 내부 갈등이 도지고 있는 양상이다. 삐라를 날린 측이나 이를 막은 측이나 논리는 있다. 북한 주민에게 진실을 알리자는 당위론이 있다면 남북 관계만 악화시킬 뿐이라는 현실론이 있다. 생각이 다르면 대화하고 토론해 여론을 만들어 가면 되는데 우리 사회엔 항상 비방과 몸싸움이 앞선다.

사실 삐라 논란은 북한이 갖지 못한 대한민국의 우월성 때문에 가능했다. 사상·표현의 자유를 보장받는 대한민국이기 때문에 다른 얘기를 할 수 있다. 한 대북 단체가 북으로 올려 보낸 삐라에서 “대한민국은 대통령을 욕해도 아무 문제 없지만 인민의 지상락원 북조선은 말 한마디에 끌려가는 나라”라고 쓴 것처럼 삐라 논란은 북에선 꿈도 못 꿀 일이다.

하지만 내 얘기를 맘껏 할 수 있다고 해서 ‘나와 다른 남’을 인정치 않으려는 우리 사회의 미성숙함이 당연시될 수는 없다. 김일성 주석 조문파동, 쌀·비료 지원 등 북한 문제만 나오면 언제까지 보혁 논쟁을 벌이며 제자리걸음을 해야 하는지는 심각히 고민할 문제다.

무엇보다 염두에 둬야 할 것은 북한의 의도다. 한 당국자는 “북한은 대남 압박에도 불구하고 남쪽에서 반응이 별로 없어 오히려 당황한다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우리끼리 싸우며 문제를 키우는 게 결국 북한이 원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채병건 정치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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