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개그야’서 인기몰이 중인 ‘악동’ 황제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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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요’로 인기를 얻고 있는 MBC ‘개그야’의 간판 황제성. 익살스러운 표정 이면에는 치열한 연습이 있었다. 김상선 기자

“1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심야 개그 프로인데 초등학생 팬이 너무 많네요. 어린이 여러분, 학교에서는 절대 저를 따라하면 안 되지요~.”

MBC ‘개그야’의 코너 ‘그렇지요’로 인기몰이 중인 황제성(26)의 애교 섞인 고민이다. ‘그렇지요’는 조숙한 악동 유치원생 ‘제성’의 원맨 개그. 시청률 한 자릿수에서 고전 중인 ‘개그야’에서 장수하는 몇 안 되는 코너 중 하나다. 제성은 한마디로 되바라진 어린이다. 용돈으로 1000원을 주는 어른에게는 “아저씨, 그런 푼돈은 주머니에서 걸리적거리지요”로, ‘우리 청소놀이 할까’라며 청소를 권하는 선생님에게는 “갖다 붙이면 다 놀이지요”로 응수한다. 그래서 ‘우리 애가 볼까봐 겁난다’는 부모들의 항의도 종종 받는다.

이제는 그의 분신과도 다름없는 악동 제성은 미술학원 강사인 사촌동생을 통해 알게 된 8세 어린이가 모델이다. “말이 약간 어눌한 애였어요. 화술 학원에 다녔다는데, 학원에서 문어체를 배워 와서 말끝마다 ‘~지요’를 붙이는 모습이 재밌었어요.”

황제성은 여기에 조숙함을 더했다. ‘실수로 부딪친 친구에게 뭐라고 해야 하지’라는 질문에는 “더러운 변명은 쌈이나 싸 드시고. 별을 볼래, 돈으로 합의를 볼래?”라고 응수하는 식이다. 유치원 선생님(박성아)에게 관심을 보이는 아빠(정성호)한테는 “엉덩이에 살살 바람을 불어넣고 있지요”라고 응수하기도 한다. 그는 “어른들을 뜨끔하게 만드는 제성의 행동이 웃음 코드”라고 설명했다.

제성은 어린이다운 풋풋함을 묘하게 비틀어 웃음을 준다. 무대에서 매번 제성이 괴롭히는 단짝 명옥(정명옥)과의 관계가 그렇다. 공부도 잘하고, 부유한 집 딸인 명옥은 제성에게 시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존재. 제성은 명옥의 콧구멍에 500원짜리 동전을 넣겠다면서 ‘저주받은 콧구멍, 지옥에나 가버려’라며 놀리고, 신데렐라 인형을 잘라 만든 손도끼로 괴롭힌다.

“사실 명옥이는 ‘엄친딸(다른 사람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엄마 친구 딸)’ 같은 존재죠. 샘이 나니깐 명옥이를 괴롭히는 건데 그 방식이 기상천외해 웃음을 주는 것 같아요.”

무대 위에서는 생각없는 악동이지만, 현실의 황제성은 치밀한 메모광이다. 그는 평소 좋은 개그 문구가 떠오르면 무조건 휴대전화에 저장해둔다. 이날 인터뷰 중에서도 기자가 “나는 초등학생 사촌 동생과 ‘그렇게 까불면 처맞지요’라고 말하며 논다”고 하자 그는 “그 문구 괜찮다”며 바로 휴대전화를 꺼냈다. ‘남 주기가 아까워서 수작을 부리고 있지요’‘이빨에 신내림을 받았지요’ 같은 ‘어록’은 이렇게 하나씩 모인 산물이다.

제성의 뒤를 잇는 캐릭터는 무엇일까. “자기만의 세계가 강한 ‘찌질이’ 캐릭터를 구상 중이에요. 제대로 웃기는 4차원 중·고생 캐릭터를 만들어 볼 참입니다.” 

글=이현택 기자, 사진=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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