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기 왕위전 본선 7국' 이세돌, 패망선을 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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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기 왕위전 본선 7국
[제3보 (42~61)]
白.李世乭 9단 黑.趙漢乘 7단

힘이 없으면 서럽다. 밀림이든 바둑판이든 똑같다. 이세돌9단이 판을 맘대로 헤집고 다니는 것도 힘이 받쳐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은 상대가 녹록지 않았던 것일까. 지금은 꽤나 괴로운 장면이다.

A를 당할 수는 없으니까 42는 일단 두어야 한다. 하지만 43으로 뚝 끊어지니 응수가 궁하기 짝이 없다. 이렇게 두군데가 바쁘게 되었다는 것은 李9단이 어디선가 과속을 범했다는 얘기다. 바꿔 말하면 이세돌의 흔들기가 실패했다는 얘기다.

44, 46으로 기어 넘어간다. 부득이한 임기응변이지만 패망선을 기는 모습이 보통 사나운 게 아니다. 백48에서 조한승은 한번 더 밀까 하다가 참는다. '참고도1'처럼 흑1로 밀었을 때 백은 2, 4로 받아야 할 것이다.

이 선수는 보통 달콤한 게 아니다. 그러나 상대가 상대인 만큼 '참고도2'의 백4로 반발해올 가능성이 있다. 흑5의 뼈아픈 한방을 당하면서도 백은 기어이 선수를 잡을 가능성이 있다.

좌변이 급하다고 본 趙7단은 그래서 맛있는 떡은 잠시 보관해두고 49, 51로 이쪽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李9단도 상대의 마음을 읽고있다. 만사를 제쳐놓고 58부터 꼬부린다. 굉장한 요소이고 2선을 긴 백을 굴욕감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수다. 중앙은 너덜너덜하지만 힘으로 견디기로 하고 이런 곳부터 차지하는 것, 바로 이런 대목이 이세돌의 파워이고 날카로움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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