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모자 쓴 차르시대 경찰 다시 거리 누빈다-상트 페테르부르크市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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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짙은 회색의 칙칙한 유니폼,굳은 표정에 권위주의적 태도,불친절한데다 뒷돈까지 밝히는 부패함.오늘날 러시아 경찰의 모습이다.이같은 부정적 이미지를 영국경찰과 같은 신사적인 이미지로 바꾸려는 작업이 요즘 러시아에서 진행되고 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선 3월1일부터 차르시대의 경찰 '고로도비에'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염소수염에 큰 키와 넓은 가슴,영국의 근위병을 연상시키는 엄격한 행동,붉은 모자,긴 코트,긴 칼과 권총을 찬 모습의 고로도비에는 과거 법과 질서를 지키는 상징적인 존재였다.혁명이후 사라져 사회주의시절 어린이 교과서에 삽화로나 나오

는 신세로 전락했던 고로도비에의 부활을 시민들은 열렬히 환영하고 있다.

경찰의 부패가 조금은 완화되지 않을까하는 희망에서다.

물론 고로도비에가 부활돼도 과거의 모습을 전부 재현하는 것은 아니다.붉은 모자는 쓰지만 업무에 방해되는 긴 코트 대신 현대식 재킷을 입게 된다.인원은 모두 2백50명으로 현직경찰 가운데 선발한다.

네프스키 프로스펙트등 관광거리가 많은 이 도시를 찾는 외국인을 안내할 수 있게 외국어도 해야 한다.

등뒤에 배치지역이 표시된 재킷을 입고 도시전체와 공항.모스크바역.네프스키 프로스펙트에 배치될 예정이다.

고로도비에의 부활은 다분히 심리적인 효과를 노리고 있다.

[모스크바=안성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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