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마케팅 능력, LG상사 글로벌 센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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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세계를 무대로 치열한 세일즈 경쟁을 펼치는 상사맨은 생산시설이 없는 종합상사의 가장 큰 자산이다. 이 때문에 종합상사의 신입사원 교육과 선발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같은 상사맨이라도 회사에 따라 보는 자질은 다르다. 서로 다른 기업문화를 가진 두 대기업의 계열사인 삼성물산과 LG상사의 신입사원 교육과 선발 과정에 이들이 중요하게 보는 자질이 드러나 있다.

◆삼성물산 ‘마케팅 능력’=“80여 작가를 섭외하고 갤러리 50곳을 방문했습니다. 그래서 성사된 중개 건수는… 0건!”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동 삼성물산 경영대회의실. 삼성물산 상사부문 신입사원들이 프레젠테이션을 하던 중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올 8월 입사한 신입사원들이 입문교육 중 마지막으로 임원진 앞에서 하는 발표회였다.

삼성물산은 30명의 신입사원을 4개 조로 나눠 실제 사업을 진행케 했다. 250만원의 자본금과 두 달이란 시간 말고는 아무 제한이 없었다. 각 조는 건강식품 판매, 신인 화가 작품 판매 중개, 캐릭터 의상을 이용한 이벤트 사업, 시리얼 간식 판매 사업을 두 달간 벌였다. 이날 발표회 때 공개한 손익계산서에서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한 건 수험생용 건강보조식품을 판 한 팀뿐. 나머지 팀은 92만~147만원의 손실을 봤다.

삼성물산은 이러한 비즈니스 체험프로그램을 올해 도입했다. 지난해까지는 기획서만 발표하고 끝났다. 인사팀 추교인 상무는 “종합상사에 필요한 마케팅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직접 영업현장을 체험해 보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상사부문 지성하 사장은 “종합상사의 특성상 ‘맨땅에 헤딩’할 일이 많다. 두 달간의 경험을 통해 ‘남의 돈 벌기가 쉽지 않다’는 걸 신입사원들도 배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상사 ‘글로벌 마인드’=“당신의 친한 친구에 대해 설명해 보세요.” “여행을 좋아하나요. 영국에선 어디가 가장 좋았나요.”

LG상사 하반기 신입사원 1차 면접에 응시한 취업준비생 366명은 지난달 13~14일 실시된 외국어 면접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영어 면접뿐만 아니라 선택에 따라 진행된 일본어·중국어·러시아어 면접도 마찬가지였다.

‘지원 동기가 뭔가요’ ‘자기소개를 해 보세요’처럼 준비하기 좋은 평범한 질문은 없었다. 게다가 면접관은 임원이나 외부에서 초빙한 외국인이 아닌 이 회사 사원·대리·과장급의 직원이었다. LG상사는 2006년 하반기부터 실무자급이 후배들의 외국어 실력을 직접 평가한다.

“외부 평가자는 단순한 외국어 능력만 보고 선발하죠. 상사는 외국어 능력뿐만 아니라 매너나 센스, 그 지역의 문화가 체화돼 있는지를 중요하게 봅니다.” LG상사 김영진(부장) HR 담당이 설명한 사내 실무자를 외국어 평가자로 쓰는 이유다. 면접관을 할 정도로 외국어 실력이 수준급인 내부 직원이 많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글로벌 마인드’는 LG상사의 신입사원 선발 평가 척도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 중 하나다. 특히 배낭여행·교환학생·어학연수 경험에서 뭘 배우고 그 문화를 얼마나 이해했는지를 꼼꼼히 평가한다. 김 부장은 “영어는 기본이다. 중국어나 러시아·인도네시아어 같은 특수어도 할 줄 알아야 진정한 상사맨”이라고 강조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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