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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에로티시즘 새로운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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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쌍화점

 한국 영화가 눈에 띄게 야해지고 있다. 충무로 에로티시즘이 본격적으로 발화하는 양상이다. 거침없는 성적 묘사로 흥행몰이중인 ‘미인도’에 이어 벌써부터 노출 수위가 화제를 모으는 ‘쌍화점’이 개봉 대기 중이다. 성이라는 소재에서 불황의 돌파구를 찾은 것으로 보일 정도다.

그러나 한동안 초대박을 노리며 ‘키덜트’ ‘가족영화’에 치중했던 한국 영화가 보다 차별화된 관객층을 겨냥하면서 폭을 넓히려는 시도라는 지적이 많다. 사실 에로티시즘은 최근 한국 영화가 등한시해온 영화적 주제이자 어법이었다. 한국 영화가 르네상스를 맞은 2000년대 들어 전반적인 성적 표현은 자유로워졌지만, 에로티시즘을 정면에서 다루며 논란을 불사한 ‘야한 문제작’은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미인도

◆속속 선보이는 에로티시즘 영화=발단은 역시 ‘미인도’의 흥행이다. 신윤복이 남장여자라는 설정은 드라마와 같지만, ‘미인도’는 그의 그림에 얽힌 비밀을 푸는 드라마 ‘바람의 화원’과 궤를 달리했다. 신윤복(김민선)과 연인 강무(김남길), 김홍도(김영호)를 둘러싼 욕망의 드라마에 집중했다. 수위높은 정사신에 이어, 기녀들이 춘화속 기기묘묘한 체위를 실연하는 장면 등 노골적인 ‘볼거리’도 곁들였다. ‘미인도’는 3일까지 전국 193만명을 동원했고, 올 들어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로는 ‘추격자’에 이어 두 번째로 200만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개봉 3주차까지 관객 수가 줄지 않아 300만 돌파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이달 말 개봉하는 ‘쌍화점’은 고려말 왕실을 배경으로 한 격정 사극이다. 왕(주진모)과 친위무사(조인성), 왕비(송지효)를 둘러싼 금기의 사랑을 그린다. 동성애는 물론 양성애 코드까지 집어넣어, 초유의 수위라는 예측이 많다. 전작 ‘비열한 거리’에서 아이돌 출신 조인성을 배우로 키워냈던 유하 감독이 육체성을 주제로 던지는 야심작이다. 기획단계부터 ‘19금’을 겨냥했다. 유 감독은 제작 보고회에서 “육체성의 축제가 근간이 되는 영화로 (수위높은) 정사장면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내년 초 개봉 예정으로 이미 촬영을 마친 박찬욱 감독, 송강호·김옥빈 주연의 ‘박쥐’ 역시 파격적인 성 묘사를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시장 창출, 영화 어법 탐색=이같은 충무로의 에로티시즘 탐색은, 최근 수 년간 한국 영화가 잠재 관객 수를 극대화하며 ‘키덜트’ 시장을 잡으려했던 것과 반대되는 일이다. 충무로에서는 한동안 높은 성적 표현을 스스로 걸러내 저연령 등급 받기가 유행처럼 번졌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예 ‘19금’으로 관객층을 한정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19금 마케팅’을 펼치는 것이 흥행면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미인도’와 ‘쌍화점’이 모두 사극이라는 것도 눈길을 끈다. ‘스캔들-조산남녀상열지사’(이재용 감독·배용준 주연·2003), ‘음란서생’(김대우 감독·한석규 주연·2006)을 잇는 에로틱 퓨전 사극이다. 에로티시즘이 사극에서 주로 발화하는 것은, 억압적 시대 배경이 더욱 성적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복 등 전통 미학 속에 에로틱한 시각적 장치가 풍부하다는 것도 한 요인이다. 80년대 유행했던 토속 에로 사극들이 호색 취미에 기댄 성인물이라는 딱지를 벗지 못했다면, 이제는 주류의 재능있는 젊은 감독들에 의해 스타일리시하게 가공되고 있다는 것도 큰 차이다.

영화평론가 오동진씨는 "에로티시즘은 불변의 영화적 주제”라면서 "불황일수록 욕망이나 섹슈얼리티의 문제가 더욱 대두될 수 있다. 에로티시즘을 그저 흥행을 위한 도구로만 끌어오지 말고, 영화적이자 정치적 주제로까지 탐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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