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의 목이 긴건 '암컷 쟁탈전' 때문-나미비아 학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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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기린의 목은 유달리 길다.높은 나무위의 잎사귀를 따먹기 위해서다'.지난 1세기동안 찰스 다윈의 진화론은'목이 긴 기린'의 사연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러나 먹고살기 위해 목이 길어졌다는 이런 설명을 정면부인하는 가설이 최근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아프리카 나미비아의 행동생태 학자인 로버트 시몬스는 긴 목이'짝짓기'에 절대 유리했다는 학설을 내놓았다.

원래 독수리 연구가 주전공인 그는 우연한 기회에 두마리의 기린 수놈이 암놈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것을 목격했다.기린 수컷들의 주 무기는 목휘둘러 때리기.길이 2에 육박하는 긴 목에 무게만 80㎏이상.육중한 목이 한차례 스윙한뒤

상대를 내리치면 척추뼈가 깨질 정도였다.시몬스는 이런 싸움을 유심히 관찰한 결과 승자는 항상 길고 굵은 목을 가진 기린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짝짓기 가설'을 주장하며 만일 다윈 말대로 먹기위해 목이 길어졌다면 기린은 항상 아카시아 같은 키 큰 나무만 먹이로 삼아야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그러나 실제 기린은 목을 구부리고 잎사귀를 따먹는 일이 태반이며 때로는 관목등

키 작은 나무도 서슴지 않고 먹어치운다는 것.

시몬스박사는 그의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고대 기린의 화석을 현대 기린과 비교했다.그 결과 고대 기린의 다리는 현대 기린의 80%정도였지만 목은 이 보다 비교도 안될만큼 짧았다. 〈김창엽 기자〉

<사진설명>

기린의 긴 목은 암컷을 차지하는'무기'로 진화해왔다는 주장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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