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도 CO₂ 배출권 거래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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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전남 나주에 내년 5월 국내 처음으로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사고파는 거래소가 들어설 전망이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전문업체인 화우테크놀러지는 3일 전남 나주시 등과 함께 독일의 국제 검·인증 기관인 튜브수드와 이 기관의 이산화탄소 시장 아·태본부를 나주에 설치하기로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이에 따라 화우테크놀러지는 나주에 50억원을 투자해 이산화탄소 배출권 거래소를 세우고 튜브수드 아·태본부와 공동으로 배출권 등록과 거래 업무를 할 예정이다. 유영호 화우테크놀러지 대표는 “국내외 이산화탄소 배출권 거래를 활성화하고 국제 배출권 시장을 선점하는 기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산화탄소 배출권 거래소는 교토의정서 의무감축국이 할당받은 이산화탄소 배출기준에 따라 거래하는 곳이다.

할당량 이하로 감축했으면 남은 양만큼 배출권한을 팔 수 있다. 감축하지 못하면 그 양만큼 매입할 수 있다.

도쿄의정서가 발효된 2005년 이후 영국 유럽기후거래소(ECX)와 미국 시카고기후거래소(CCX) 등 세계적으로 10여 군데 거래소가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2년까지 의무감축국에서 제외돼 의무감축국들이 참여하는 ‘비자발적’ 시장에는 참여할 수 없지만 이번 같은 ‘자발적’ 시장을 만들어 배출권을 의무감축국에 팔 수 있다. 화우테크놀러지가 나주에 자발적 거래소를 만드는 건 연유가 있다. 무공해 사업이어서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갖는 태양광발전소의 국내 절반 이상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유영호 대표는 “내년에 거래소를 열면 연간 평균 31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며 “2013년께 한국도 감축 의무국에 지정될 전망이라 거래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권 거래 규모는 2006년 310억 달러에서 지난해에는 640억 달러로 1년 새 두 배 이상이 됐다. 2010년에는 1500억 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유럽연합(EU) 내에서 이산화탄소 배출권의 87%가량이 거래되는 ECX에서는 이미 배출권 선물·옵션 거래 등이 되고 있다. 한국에선 환경부가 한국증권선물거래소와, 지식경제부가 한국전력과 함께 이산화탄소 배출권 거래소 개장을 각각 준비하고 있다.

장정훈 기자

◆자발적 이산화탄소 배출권 거래소=교토의정서상 이산화탄소 감축 의무 대상으로 지정되지 않아도 환경보호 취지로 배출량을 줄인 기업이나 기관들이 배출권을 거래하는 시장이다. 이산화탄소 의무 감축국으로 지정된 선진국이나 해당 국가의 기업들이 배출권을 거래하는 비자발적 시장보다 규모는 작지만 개발도상국 등을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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