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 디딤돌 놓을 ‘에너지 올림픽’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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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부터 WEC 부회장을 맡아온 대성그룹 김영훈 회장은 개최지 결정을 위한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에서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거주하는 아시아는 세계 에너지산업에 굉장한 도전인 동시에 기회”라며 “아시아는 앞으로 에너지 효율성 제고와 신재생 에너지 자원 개발을 주도하는 것은 물론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여론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WEC 총회의 아시아 개최 당위성을 역설한 것이다. 그는 이어 “특히 한국은 중국과 일본의 가운데 위치해 인도와 교류해 왔으며, 에너지 기술을 바탕으로 고도의 기술경제를 발전시켜온 나라”라며 “완벽한 지리적 위치를 바탕으로 아시아에 새로운 에너지 통로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이면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김 회장의 이같은 열정이 결국 2013년 WEC 총회를 대구에 안긴 것이다.

WEC 총회는 3년마다 한 번씩 열리며, 1주일간 진행된다. 전 세계 에너지 관련 정상과 각국 에너지 장관, 글로벌 에너지 기업의 총수, 에너지 전문가 등 100여 개국에서 3500∼5000여 명이 참가하기 때문에 ‘에너지 올림픽’으로 불린다. 다양한 주제로 펼쳐지는 콘퍼런스와 기술박람회 등 대규모 컨벤션이 열린다.

WEC라는 모임은 에너지계 어느 한쪽만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규모가 매우 크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석유와 석탄, 천연가스, 원자력 등 공급이 한정된 에너지의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 수입국(28개국)이 모인 단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석유의 생산과 공급 문제에 관심이 큰 석유수출국(12개국)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이에 비해 WEC는 에너지 수출국과 수입국, 선진국과 후진국의 입장을 모두 반영한다. 세 단체 가운데 가장 많은 94개국이 회원국이며, 정부와 민간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 에너지 학계도 아우른다. 석유·석탄과 같은 화석에너지는 물론이고 원자력과 신재생, 바이오, 전력 등 모든 에너지 분야에서 범세계적으로 공동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한다.

그렇다면 세계는 왜 WEC 총회를 유치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것일까. 무엇보다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다. 대구경북연구원은 WEC 총회를 대구에 유치할 경우 생산유발효과 3275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1548억원 등 약 5000억원의 파급효과가 생긴다고 전망했다.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경제효과(5800억원)와 맞먹는다.

여기에 최신 정보공유의 장이 된다는 점에서 보이지 않는 이익을 제공한다. 김 회장은 “WEC 총회를 통해 얻어지는 정보의 가치는 수조원 이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현재 에너지 산업은 포스트석유경제로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가 이뤄지면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 같은 전환기에 전 세계 에너지 리더들이 새롭게 발표하는 내용들은 신규 기술과 시장을 개척하는 에너지 기업이나 정부로서는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정보라는 설명이다.

각종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발표된 자료들이 책으로 출간되기까지 적어도 1년, 많게는 2∼3년의 시간이 필요한데 이 정도 시간이 흘러버린 정보는 가치를 상실하게 마련이다. 결국 WEC 총회는 바로 살아있는 정보의 집산지라는 얘기다.

WEC 총회의 경제적 효과는 대규모 컨벤션 행사인 기술박람회를 통해 극대화될 수 있다. 한국의 에너지 기술을 선보이고, 수출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저탄소 녹색성장’의 일환으로 신재생에너지 부문, 즉 녹색산업에 대한 육성계획이 2013년까지 구체화될 경우 WEC 총회의 기술박람회를 통해 전 세계 에너지 전문가들에게 한국의 에너지산업 발전상을 보여주고 그 자리에서 곧바로 수출을 성사시킬 수 있다.

이제 WEC 총회를 열기까지 5년의 시간이 남았다. 이 시간 동안 대구를 한국 에너지산업의 중심지로 키워야 한다고 에너지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저탄소 녹색성장 산업을 대구에 유치하고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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