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黨비서 망명으로 북경 초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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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베이징=문일현.유상철 특파원]북한 노동당 비서 황장엽(黃長燁)의 망명사실이 알려지면서 남북한 대사관이 함께 몰려 있는 베이징(北京)시내는 남북 긴장의 최일선으로 떠오르면서 분위기가얼어붙고 있다.
북한은 黃의 망명사실이 널리 알려진 13일부터 개별적인 행동을 극히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대사관측은 특히 베이징에 주재하는 모든 요원들은 별도의 명령이 있기 전까진 한국 기업인은 물론 어떤 관계자들과도 접촉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평소 북한과 접촉해온 한 기업인은전했다. 베이징에 주재하는 한국상사 관계자들은“ 黃의 망명사실이 알려진 12일 오후부터 북한측 관계자들과 전혀 접촉이 되지않고 있다”면서“가까스로 연락이 된 일부 인사들은 당분간 연락하지 말라며 황급히 전화를 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베이징에 있는 류경식당등 북한이 운영하는 한국식당들은 표면적으론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지만 평상시와 달리 매우 냉랭한태도를 보이고 있다.평소 북한식당을 자주 찾던 한국인들도 이같은 분위기를 의식,출입을 자제하고 있다.
한국대사관이 위치한 베이징시 젠궈먼다제(建國門大街)궈마오(國貿)빌딩의 1층 로비와 한국영사관 주변엔 13일 약 20명의 북한인들이 한군데에 몰려 서서 한국인들을 꼼꼼히 관찰해 대사관관계자들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한편 黃의 망명요청이 알려지면서 베이징에 주재하는 북한요원들의 한국인들에 대한 위협이 잇따라 베이징 주재 한국사회가 바짝긴장하고 있다.
또 黃비서가 한국총영사관을 찾은 12일 오후10시 북한대사관고유차량번호(使133)가 붙은 차량 4대에 나눠타고 온 건장한체격의 젊은이 10여명이 한국영사관으로 진입을 시도하다 경비중이던 중국공안당국의 강력한 제지로 진입에 실패 했다.
한국대사관측은 이들이 북한대사관 차량을 타고온 점과 한국영사관 진입때 중국공안측과 심한 몸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만큼 체격이 뛰어난 점등으로 미뤄 북한측이 黃비서를 강제로 데려가기 위해 급파한 특수요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측은 특히 13일 오전1시 黃비서가 머무르고 있는 한국영사관에서 나오던 한국대사관 참사 2명이 탄 차량을 1시간 가량끈질기게 추적,이를 따돌리지 못한 대사관 관계자들이 결국 한국영사관으로 돌아와 경비중이던 중국공안에 긴급히 신변보호를 요청함으로써 화를 면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한국대사관측은 13일 오전 중국당국에 이같은 사실을 들어 북한측의 위협적 행동을 제지해줄 것과 한국인에 대한 신변안전 보호조치를 강화해줄 것을 긴급 요청했으며 각 상사 주재원및 유학생들에게도 신변안전에 각별히 유의하도록 당부했다.
대사관은 또 이날부터 대사관.영사관에 상황실과 신고실을 설치,24시간 가동시키며 신변안전에 위협을 받는 즉시 대사관에 신고토록 당부했다(신고전화 6505-4890,2585).
황장엽 북한노동당 비서가 머무르고 있는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영사부 건물 주변 곳곳에서 북한말투를 쓰는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사태 진전상황을 살피고 있다.
[베이징=주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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