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에 빠진 지지율 …‘난닝구 - 빽바지’ 논쟁 또 가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민주당이 요동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여론이 신통찮음에도 제1 야당의 지지율은 더욱 바닥을 기는 현실을 타개하려는 몸부림이다. 그런데 무기력증에 빠진 당을 어떻게 되살릴지를 놓고 정반대의 두 기류가 충돌하고 있다. 과거 ‘난닝구(실용)-빽바지(개혁)’ 논쟁이 재연되는 국면이다.

당의 지지율을 높이려면 진보개혁 색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룹은 2일 공식 출범한 ‘민주연대’다. 민주연대는 공동대표인 최규성(김근태계)·최규식(정동영계)·이종걸(천정배계) 의원 등 3인의 면면에서 드러나듯 사실상 당내 비주류 연합의 성격이다. 김근태 전 의원,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천정배 의원 등이 지도위원을 맡았고 문학진·박영선·장세환·최문순·노영민 의원 등 현역 17명과 전직 의원 35명이 참여했다.

2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민주당 개혁 성향 모임인 민주연대 창립 대회에서 민주당 정세균 대표 등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최규식 의원, 김근태 전 의원, 정 대표, 천정배 의원, 이석현 의원, 이종걸 의원, 강기정 의원. [김형수 기자]


이들은 창립 선언문에서 “국민 생존권과 민주주의를 사수하기 위해선 민주당, 민노당, 촛불세력, 시민단체들의 광범위한 민생민주대연합이 필요하다”고 선언했다. 또 “서민과 중산층의 권익을 대변하고 변화와 개혁을 주도한다는 당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라”며 정세균 대표를 압박했다.

반론도 만만찮다. 재경부 장관 출신인 강봉균 의원은 이날 “야당이 대정부 투쟁을 강화해야만 국민의 지지가 오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이 야당에 기대하는 것은 투쟁성이 아니라 경제위기 상황에서 국민들의 희생과 고통을 줄이는 데 앞장서는 것”이라 고 지적했다.


민주연대가 ‘집토끼’(개혁 성향의 전통적 지지층) 사냥을 중시한다면 김효석·최인기·홍재형 의원 같은 온건중도 그룹은 ‘산토끼’(무당파+소극적 한나라당 지지층)를 잡지 못하면 재집권은 요원하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최근 정 대표가 민노당과 공조를 강화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당의 ‘자해행위’라는 입장이다. 정장선 의원은 “민주당이 정권을 내준 것은 한마디로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답이 민주당엔 없다는 것을 알고 중산층이 등을 돌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진보-중도그룹의 갈등은 아직 본격화되진 않았지만 지지율 답보가 계속되면 언제든지 공개적 충돌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 당 소속 의원들의 이념 분포가 워낙 넓기 때문이다. 더욱 큰 문제는 장기적 구상 아래 일관된 노선으로 당의 개조를 추진할 만한 구심점이 없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올 초 손학규 대표 체제가 출범하면서 열린우리당 시절의 이념 편향을 공개적으로 반성하고 ‘산토끼’ 사냥에 승부수를 던졌었다. 정세균 대표도 취임 초 “야당도 도울 것은 돕겠다”며 과거 야당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려 했다. 그러나 정 대표는 최근 ‘김민석 구속 저지 투쟁’이 실패작으로 판명나고 당 지지율이 하락하자 다시 ‘집토끼’ 쪽으로 선회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

중앙대 장훈 교수는 “상황이 어려워지면 집토끼 전략으로 가는 게 정당의 속성이지만 민주당은 자신들의 집토끼가 누군지, 그들이 뭘 원하는지조차 모르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정하 기자 , 사진=김형수 기자

◆‘난닝구-빽바지’ 논쟁=노무현 정부 초기 여당이었던 민주당 내에서 벌어진 주도권 논쟁. 당시 현상 유지를 주장한 실용파는 ‘난닝구’, 민주당 해체와 신당 창당을 주장한 강경 개혁그룹은 ‘빽바지’로 불렸다. ‘난닝구’라는 명칭은 당 해체론에 항의해 속옷만 입은 채 당무회의장에 들어온 구 민주계 당원들의 행동에서 유래했다. ‘빽바지’는 개혁그룹의 핵심이었던 유시민 전 의원이 하얀색 면바지를 입고 첫 등원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J-HOT]

▶ "빨래터 위작, 실구매자 박연차 회장" 첩보

▶ 54세 청룽 "전 재산 4000억원 사회 기부"

▶ 10년간 수백명 여성 사귄 '26세 축구천재'

▶ 현대·기아차 본사 직원들 '노란 봉투'에 질겁

▶여동생 배우자 "한국인과 결혼한 언니와 연락말자"

▶15세 서울대 최연소 합격생 '골든벨'도 울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