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재 막아야 산다 VS 기성용 뚫어야 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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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 서울과 수원 삼성이 2008 K-리그 챔피언을 놓고 격돌한다. 1차전은 3일 오후 8시 서울 월드컵경기장, 2차전은 7일 수원 빅버드에서 열린다.


두 선수는 무려 16살 차이다. 한 시대를 동시에 풍미하기 어려운 나이 차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 ‘패기만만’ 기성용과 관록을 자랑하는 ‘백전노장’ 이운재의 대결은 챔프전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서울 귀네슈 감독의 성공 비결은 ‘기성용’이라는 세 글자로 압축할 수 있다. 지난해 서울에 온 귀네슈는 전지훈련장에서 기성용에게 “올 시즌 주전이 될 것이니 준비 단단히 하라”고 일렀다.

지난 시즌 서울은 아깝게 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기성용·이청용이라는 젊은 인재를 키우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기성용은 이제 소속팀은 물론 국가대표팀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발돋움했다.

전통의 강호 수원은 바위처럼 무거운 팀이다. 최후방에 이운재라는 거대한 암벽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컵대회와 정규리그를 합쳐 수원은 24번 선제골을 넣었다. 그리고 단 한 번도 비기거나 역전패하지 않고 전승을 거뒀다. 마토를 중심으로 한 든든한 수비망 덕분이지만 이를 지휘한 건 골키퍼 이운재다.


10월 29일 수원에서 열린 양팀 마지막 맞대결에서 이운재는 기성용에게 수모를 당했다. 종료 직전 이청용이 길게 올린 공을 기성용이 살짝 올려 차 이운재 키를 넘겨 골망을 갈랐다. 이운재의 허탈한 표정을 뒤로 하고 기성용은 닭이 모이를 쪼는 듯한 골 세리머니를 펼쳤다.

기성용은 “내가 좋아하는 아데바요르(아스널)를 흉내냈다”고 했지만 수원 팬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서울 팬들은 수원 삼성 블루윙즈를 흔히 ‘핫 윙’에 빗대며 통닭이라 놀려댄다.

기성용은 다시 한 번 라이벌 수원에 치명타를 날리려 벼르고 있다. 이번 시즌을 마치고 해외 진출을 노리는 그는 K-리그 우승컵이라는 훈장을 빨리 달고 싶어한다.

이운재는 지난해 아시안컵에서 음주 파문을 겪고 ‘대표선수 1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그는 지난달 대표팀에 재발탁돼 불명예를 씻었지만 소속팀 수원에는 아직 빚이 남아 있다. 올 8월 열린 FA컵 16강에서 수원은 광주 상무에 승부차기로 패했다. 이운재는 징계 때문에 축구협회가 주관하는 FA컵에는 뛸 수가 없었다.

현역 시절 골키퍼로 활약했던 귀네슈 감독은 “우리가 수원 선수 10명을 제치고 골문 앞까지 간다고 해도 이운재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경계 대상 1호로 공격수가 아니라 골키퍼를 꼽은 것이다. 수원 차범근 감독도 K-리그 최우수선수 후보로 이운재를 프로축구연맹에 추천했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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