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병만 보면 돌려 … 손에 상처 투성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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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춤추며 날았다. 흥겨운 음악 속에 각 2개의 병과 셰이커(칵테일을 만들 때 술을 섞는 용기)는 공중에서 힙합을 추는 듯했다. 하늘로 떠오른 병과 셰이커는 한 사내의 이마에 앉았다가, 이내 턱으로 옮아갔다. 사내는 팔꿈치를 이용해 중간 중간 그것들을 통통 튕겼다. 6분간의 퍼포먼스가 끝나자 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이날의 주인공 시야(SIYA·본명 김대민·27·사진)의 칵테일 쇼 무대였다.‘더 하이브 바 앤 테라스’ 소속 바텐더다.

시야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 대서양홀에서 지난달 27일 열렸던 제3회 코리안컵바텐더대회의 하이라이트인 플래어 라운드(칵테일 쇼) 프로부문에서 우승했다. 칵테일 쇼는 술병과 칵테일 기구를 이용한 현란한 동작을 선보이며 서비스와 칵테일 맛을 겨루는 경기다. 짧은 시간에 다양한 기술을 보여야 한다. 조금이라도 타이밍을 놓치면 곧바로 감점이다. 이날도 많은 참가자가 실수를 연발하는 가운데 시야는 침착한 연기로 깔끔한 퍼포먼스를 선보여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는 “대회를 앞두고 부담감도 컸지만, 만족스런 퍼포먼스를 선보인 오늘은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고 말했다.

영광의 순간이 쉽게 온 것은 아니다. 해외 유명 바텐더의 퍼포먼스를 촬영한 DVD를 보고, 국내 선배 바텐더들의 묘기를 어깨 너머 보며 따라하고 또 따라했다. 소주병이든 맥주병이든 빈병이 보이면 일단 돌려야 직성이 풀렸다.

“제 방 바닥엔 빈병들이 항상 굴러다녀요. 한번은 연습하다 떨어뜨려서 깨졌는데 놀란 경비 아저씨가 올라온 적도 있죠.”

상처도 많이 났다. 언제든 깨질 가능성이 있는 병은 물론 입구가 날카로운 셰이커도 경계대상이다. 실제 그의 두 손 여기저기엔 꿰맨 자국이 보였다. 한 번은 턱에 병을 세우는 동작을 연습하다가 치아를 다친 적도 있다.

“바텐더치고 이 한 번 안 부서져 본 사람은 없을 거예요. 어떤 바텐더는 한번에 3개가 부서진 적도 있습니다.”

남을 따라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누구도 선보인 적 없는 창작 기술을 만들어야 한다. 이 때문에 시야는 잠자리에 들었다가도 기가 막힌 동작이 생각나면 벌떡 일어나 몸에 익힌 뒤 다시 잔다고 했다. 동작을 글로 적어두기는 애매하기 때문이다.

27일의 대회는 그간의 노력이 마침내 결실을 보는 날이었다. 이날 어떤 바텐더는 조주 도중 깜찍한 춤을 췄다. 어떤 이는 마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칵테일을 만드는 데 왜 이런 것들이 필요할까. 칵테일 쇼란 그야말로 바텐더의 기술·이벤트·쇼맨십 그리고 관객의 호응, 이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져 완성되는 한 편의 쇼이기 때문이다.

“대회가 며칠 앞으로 다가오면 잠을 못 이룰 정도로 부담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오늘처럼 만족스런 연기를 펼치고 관객들의 호응을 받는 날에는요? 세상에 태어나길 잘했다는 느낌이 든다니까요.”

제3회 코리안컵 바텐더대회는 사단법인 한국바텐더협회가 주최하고 보건복지가족부와 아영FBC가 후원했다.

글=송지혜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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