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티니' 타란티노 무표정 연기 볼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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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비디오를 보면서 밤을 새울 작정이라면 화려하고 눈부신 장면들이 많은 작품을 찾는게 좋다.그러나 요란한 내용은 아니더라도,별로 유명하지도 않고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의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영화를 발견하게 되면 잠이 확 깨게 된다. 잭 베이런 감독의.데스티니'(시네마트.원제:Destiny Turns on the Radio)는 90년대 영화광들의 우상 틴 타란티노가 출연한다는 점에서 눈길이 간다.엉성해보이는 구성과 동감하기 어려운 스토리 전개는 이른바.B급 영 화'의 전형을 보여준다.그러나 이러한.펄프 픽션'적인 재미에 이미 맛들인비디오팬들은 놓쳐선 안되는 작품.라스베이거스를 인간성과 꿈이 메마른 현대 도시로 비추면서 타란티노식의 껄렁한 인생을 사는 젊은이들이 내뱉는 말들이 영화의 중심 .타란티노가 신비로운 인물 자니 데스티니로 출연하고,보다 덩치 크고 살이 찐 타란티노처럼 생긴 제임스 벨루시의 싸구려 악역도 썩 어울린다. 샐리 필드가 중년의 주부로 주연하는.아이 포 아이'(CIC)는 범죄자가 사법제도의 허점을 이용, 버젓이 거리를 활보하며 악행을 계속하는 것에 대해 주부가 분노하고 손수 복수하는 내용이다.어린 딸이 처참하게 유린당하는 과정을 전화상 으로 그대로들으면서 주변에 도움을 호소하는 장면,확실한 범인인데도 불구하고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판결을 받는 과정등은 우리의 현실과 차이나지만 여성 시청자들은 공분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연약한 주부가 포악한 범인을 함정에 빠뜨려 정당방위로 살해하는 과정을 존 슐레진저 감독이 교묘히 엮어간다. 아일랜드의 소박한 풍경 속에서 펼쳐지는.의문의 상속자'(새한)는 제목에서 암시하듯 유산상속을 둘러싼 음모와 암투의 줄거리에 애틋한 로맨스가 결합된 내용.이야기는 뻔하지만 유산 상속자를 찾아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직업과 북아일랜드공화 군(IRA)의 단면들이 적절히 섞여 이국적인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주인공에마 샘스의 풋풋한 아름다움처럼 부담없이 시간을 보낼만한 작품. .펄프 픽션'류의 B급 컬트영화.데스티니'에서 특유의 능청맞은 표정을 지으며 연기로도 한몫 하고 있는 틴 타란티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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