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인재상’ 수상 유예슬·안예랑 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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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대한민국 인재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21세기를 이끌 우수인재에게 수여되는 이 상(대통령상)은 각 분야별로 대한민국을 대표할만한 학생들 100명(고교생 60명, 대학생 40명)에게 수여된다. 이중 특별한 사연을 지닌 수상자들이 눈에 띈다. 유예슬(16·안양 관양고 1)양. 안예랑(18·한국애니메이션고 3)양이 그 주인공이다.

※유예슬※ 암투병 엄마에게 웃음을 공부가 유일한 방법이었다
유예슬양의 어머니는 유양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해(1999년) 유방암2기 판정을 받았다. 1년간 절제수술과 항암치료 등의 힘든 과정을 이겨내면서 다행히도 엄마는 암을 이겨내는 듯 했다. 그리고 2년의 시간이 흘렀다. 암세포가 가슴뼈와 척추뼈로 전이되면서 엄마의 병세는 점점 심각해졌다. “암이 재발된 뒤 통증 때문에 엄마는 잠을 이루지 못하셨어요. 그러나 제 앞에서는 항상 웃으며 ‘엄마는 괜찮다’ ‘우리 예슬이가 공부 잘하는 모습만 보면 다 나을 것 같다’는 말씀만 하셨어요.” 예슬양이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다. 5년 넘게 병상을 지킨 엄마를 보살펴야 했기에 공부할 시간이 많진 않았다. 하교 후 병원에 다녀오면 해가 떨어진 저녁시간이었다. 집에 오면 동생(14·중2)을 보살펴야 했다. 그래서 시작한 게 새벽공부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유양은 새벽 4시면 눈을 떴다. 영자신문을 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등교하기 전까지 2시간은 반드시 예·복습을 했다.
예슬양의 정성과 열정을 하늘도 알았을까. 중·고등학교 수석입학을 하면서 엄마에게 웃음을 선물할 수 있었다. 4차례의 재발,끊임없이 진통제를 맞으면서도 엄마는 10년동안 생명을 연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올해 6월, “엄마가 떠나도 우리 예슬이는 잘 해낼 수 있겠지?”라는 말을 남기고 엄마는 세상을 떠났다.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도 7월 말 실시된 기말고사에서 그가 전교 1등 자리를 지켜낼 수 있었던 건 하늘나라에서 자신을 지켜볼 엄마의 모습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유양은 엄마와 함께 봉사활동을 나가면서 UN에 들어가겠다는 꿈을 키웠다.“UN에 들어가 경제적·정신적으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꿈을 키워주고 싶어
요. 엄마는 길을 가다 불쌍한 사람이 있으면 지갑 속 돈을 모두 꺼내주는 분이셨거든요. 보다 넓은 현장에서 남을 위해 살아가는 저의 모습을 하늘나라에 있을 엄마가 본다면 기뻐하시겠죠?”

※안예랑※ 꿈을 찾아 남들보다 조금 일찍 독립했어요
 안예랑양은 고교생활동안 국내외 각종 공모전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20개가 넘는 상을 받았다. 이같은 수상실적을 올릴 수 있었던 건 ‘꿈을 향한 열정’ 때문이었다. 안양이 처음 애니메이션 분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1학년 때다. 만화를 하도 많이 봐 부모님의 꾸지람을 달고 살았던 어린 소녀는 이때부터 재미있게 본 만화캐릭터를 따라 그리기 시작했다. 가족여행을 갈 때도 연습장을 가져다니며 그림을 그렸고, 틈만 있으면 서점에 쪼그려앉아 만화책을 읽었다. 초등학교 미술시간이 가장 즐거웠던 소녀는 6학년이 되던 해 애니메이션고를 알게 됐고,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겠다’는 꿈을 세웠다. “인터넷을 통해 학교를 알게 됐는데, 생각보다 경쟁률이 세더라고요. 공부를 잘 해야 합격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중학교 때는 열심히 공부했어요.” 확실한 꿈은 실력을 키웠다. 전교 10등 안에는 반드시 들었고, 미술학원에 다니며 실기고사에 대비했다. 그러나 부산 출신인 안양은 중3 초 위기감을 느꼈다. 서울지역 학생들에 비해 정보가 턱없이 부족했다. 중3 1학기기말고사를 마친 후 그는 홀홀단신 서울로 올라와 고시원에서 숙식하면서 애니메이션고 입시전문 학원에 다녔다. 그는 결국 꿈에 그리던 애니메이션고에 합격했다.
“학교에 만화책도 많고, 컴퓨터·음향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정말 창작할 맛이 나더라고요.” 5~6분 분량의 애니메이션 작품을 만들기 위해선 스토리와 인물 캐릭터를 정해야 하고, 2000~3000장의 그림을 직접 그려야 한다. 그림작업이 끝나면 컴퓨터로 채색과 편집작업을 하는 데, 모든 과정을 마치려면 6개월 넘게 소요된다. 힘든 작업이지만, 안양은 한번도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그림 그리는 게 즐거웠고, 내 작품으로 완성되는 과정이 신기할 뿐이었다. 열정으로 그려낸 그림과 애정이 빚어낸 마무리작업으로 완성된 2개의 애니메이션 작품. 이 작품들을 안양에게 20개가 넘는 상을 안겼다. “지금도 혼자 기숙사생활을 하고 있어요. 남들보다 조금 일찍 독립했다 생각하면 편해요.” 그는 또하나의 꿈을 꾸고 있다. 이젠 제대로 애니메이션을 배워보고 싶다. 이번달부터 전형이 이뤄진다는 캘리포니아 아트스쿨에 진학하기 위해 요즘에는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데 매진하고 있다. 영어도 열
심히 공부하고 있다. “꿈은 또다른 꿈을 낳는다고 하잖아요. 내 작품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웃고 울 수 있는 최고의 애니메이션을 만들거예요. 꼭 보러 오세요.”

프리미엄 최석호 기자

사진 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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