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규 특파원, 홍콩서 30시간 걸려 방콕 들어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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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반정부 시위대가 방콕의 수완나품 국제공항과 돈므앙 공항을 점거하면서 외국인 여행객들의 발이 묶였다. 타이 항공이 30일 대체공항으로 사용한 우타파오 군용비행장에는 한국인을 포함한 각국 여행객이 몰리면서 큰 혼잡이 빚어졌다. [방콕=연합뉴스]


홍콩에서 태국 사태 취재를 위해 서둘러 베트남 호찌민행 비행기에 탑승한 것은 지난달 28일 오후 2시50분(현지시간). 앙코르와트 유적지로 유명한 캄보디아 시엠리아프에서 하루를 묵은 뒤 먼지투성이 속에 비포장도로를 5시간여 달려 이날 정오 태국 동부 아란시 출입국관리소에 들어섰다. 100여 명의 외국인으로 가득했다. ‘레난’(대학생)이라는 베트남 청년은 “방콕에 있는 아버지를 만나러 가기 위해 렌터카를 30시간이나 타고 도착했다”고 밝혔다.

독일인 도리스 할머니는 “여행 중인데 방콕 공항 폐쇄로 이곳에 왔다”며 “태국은 이번 사태로 국가 신뢰가 엄청나게 추락했고, 회복 기간은 생각보다 훨씬 많이 걸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입국 후 다시 고속도로로 250㎞를 달려 방콕 중심부 호텔에 도착하니 오후 9시. 정치가 잘못되고 국가 기반시설이 마비되면 왜 외국인이 외면하고 국가가 흔들리게 되는지를 절감한 30시간이었다.

방콕=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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