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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비의 비밀] 1. 드라이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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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인구 300만 명 시대다. 지난해 말 기준 연인원 1617만 명이 골프장을 찾았다. 더는 사치행각이 아니라 주말 레저로 자리 잡는 추세다. 아마추어 골퍼의 꿈은 타수 줄이기와 거리 늘리기.

week&은 4회에 걸쳐 골프 장비의 모든 비밀을 파헤치며 선택 가이드를 제공한다. 스윙 기법도 진화하지만, 장비의 진화는 더욱 눈부시다.

'300야드가 넘는 장타를 때려 봤으면-'. 아마추어 골퍼라면 누구나 꾸는 꿈이다. 그래서 골프 클럽 가운데 교체 주기가 가장 빠른 것은 드라이버다. 올 들어 주요 9개 골프용품 업체가 내놓은 12종류의 드라이버를 사용해 본 뒤 장단점을 비교, 분석해 봤다. 테스트 제품은 표와 같다. 지난해 KLPGA투어 하이트컵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박희영 프로(左)와 신규 골프채널인 J골프의 박원 해설위원(USGTF 티칭프로 (右))이 테스트를 맡았다. 피팅클럽 제조업체인 MFS골프의 전재홍 사장과 박봉하 차장은 클럽의 사양을 점검했다. R(레귤러) 샤프트에 로프트 10도 내외의 제품을 테스트 대상으로 삼았다.

"이 드라이버는 무척 낭창낭창하네요." "어휴, 이건 꽤 묵직한데요."

26일 경기도 용인의 한 골프연습장. 직접 테스트에 참가한 박희영 프로와 박원 위원이 진지한 자세로 공을 친다.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있는 만큼 선호하는 클럽도 엇갈렸다. 키 1m69㎝인 박 프로는 적당한 강도의 샤프트를 장착한 클럽을, 1m82㎝에 72㎏으로 건장한 체격인 박 위원은 강도가 높은 드라이버를 선호했다.

박 프로는 던롭 젝시오와 테일러메이드 r7, 나이키 이그나이트+가 마음에 든다고 했다. 반면 박 위원은 타이틀리스트와 코브라, 클리블랜드 론처에 높은 점수를 줬다. 이들은 초.중급자들을 위해선 윌슨 Dd5와 캘러웨이 454, 다이와 온오프 드라이버를 추천했다. 힘이 달리고, 스윙 스피드가 다소 느린 골퍼들에게는 다이와 G-3와 나이키 이그나이트+가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던롭 젝시오는 '깡' 하고 깨지는 듯한 타구음이 인상적이었다. "투어스테이지는 임팩트 할 때 푹신한 느낌이 온다. 다이와 온오프는 탄도도 높고, 비거리도 긴 편이다."(박원)

"테일러메이드와 다이와 G-3는 공을 띄우기 쉽다. 던롭 젝시오는 손맛이 좋다."(박희영) 이들은 또 "클럽마다 특성이 다른 데다 골퍼들의 체격과 스윙 스피드도 제각각이기 때문에 등수를 매기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엔 장소를 옮겨 각 드라이버의 특성을 점검해 봤다. 클럽 강도를 나타내는 CPM(Cycle per Minute) 수치는 나이키 드라이버가 가장 낭창낭창한(flexible) 샤프트를 장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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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골프 측은 그러나 "각기 사양이 다른 12종류의 클럽을 갖추고 있어 골퍼들이 스윙 스피드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타이틀리스트와 코브라, 클리블랜드 등은 샤프트 강도가 강한 편이었다. 길이는 대부분 45인치로 비슷했지만 윌슨 Pd5가 44.25인치, 테일러메이드와 나이키는 44.5인치로 다소 짧았다. 총 무게는 타이틀리스트가 333g으로 가장 무거웠고 코브라가 315.5g으로 뒤를 이었다. 가장 가벼운 클럽은 다이와 G-3로 무게가 280g밖에 안 됐다. 던롭 젝시오와 클리블랜드도 가벼운 편에 속했다.

클럽 헤드의 로프트(각도)는 표기된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일부 클럽은 드라이버 헤드에 10도라고 돼 있었지만 직접 로프트를 재보니 11.5나 됐다. 9.5도의 드라이버가 실제로 8.5도인 경우도 있었다.

MFS골프 전재홍 사장은 "무게가 가볍고 샤프트가 부드러운 드라이버를 선호하는 추세지만 이런 클럽이 무조건 치기 쉬운 것은 아니다"라며 "드라이버를 구입하기 전에는 스윙 스피드를 측정해 본 뒤 자신에게 맞는 클럽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제원 기자<newspoet@joongang.co.kr>

*** 드라이버 상식, 이것만은 !

470cc 넘으면 컨트롤 어려워

헤드 재질=감나무(퍼시몬)를 쓰다가 1979년 테일러메이드가 금속 헤드를 발명했다. 금속 헤드는 내구성이 강하고 속을 비워 크기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드라이버의 혁명적 발전을 가능케 했다. 최근에는 가볍고 반발력 강한 티타늄이 주류이나 반발계수 제한과 맞물려 발전 속도가 현저히 둔화하고 있다. 퓨전 드라이버는 두 가지 이상의 소재를 이용한 헤드다. 공을 때리는 부분은 반발력이 강한 금속, 뚜껑 등 다른 부분은 가벼운 금속을 사용한다는 원리다. 그러나 비거리 향상이 헤드 재질 덕분만은 아니다. 선수들의 스윙 기술 향상이 더 크다는 분석도 있다. 어니 엘스(남아공)는 퍼시몬 드라이버로 280야드 이상 친다고 한다.

반발계수=반발계수(COR)는 1이라는 압력을 가했을 때 되돌아 나오는 힘이다. 정확히 맞혔다면 반발계수가 높은 드라이버의 거리가 더 나간다. 비거리가 늘어나 골프의 묘미가 줄어든다는 비판이 일면서 98년 미국골프협회(USGA)는 계수가 0.830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제한했다. 이 수치를 넘은 드라이버는 '불법무기'인 셈이다. 단점도 있다. 부정 드라이버 조사를 받았던 타이거 우즈는 "계수가 크면 공이 컷(슬라이스) 된다. 내 드라이버는 반발계수 제한선 근처에도 안 갔다"고 말했다. 또 반발계수가 높은 드라이버는 표면이 얇아야 하기 때문에 깨지기 쉽다. 전문가들은 "거리증가는 반발계수보다는 헤드의 디자인과 샤프트 등 종합적인 클럽 구성에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헤드 크기=드라이버 헤드는 90년까지만 해도 160cc가 주종이었다. 그러다 이 해 캘러웨이가 독일군의 대형 포 빅버사 이름을 딴 245cc 체적의 드라이버를 만들면서 대형화 경쟁이 시작됐다. 최근엔 400cc 드라이버가 주류이며 700cc짜리 드라이버도 나왔다. 헤드 크기가 크면 스위트 스폿이 넓어져 미스 샷이 적어진다. 또 무게중심을 조절할 수 있어 각 골퍼의 스윙 특성에 맞는 클럽제작이 가능하다.

그러나 너무 크면 조절이 어렵다. 타구감이 저하되며 공기저항으로 스윙 스피드가 느려진다. 전문가들은 USGA의 기준인 460cc±10cc, 즉 470cc를 넘는 드라이버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무게중심=낮을수록 공이 뜨고 높을수록 공이 낮게 난다. 최근 무게중심을 낮추는 추세다. 높은 각도로 공을 발사하고 스핀을 줄이는 것이 최적의 비거리를 낸다는 것이 실험에서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 무게 중심이 토(바깥) 쪽이면 슬라이스, 힐(안) 쪽이면 훅이 나는 경향이 있다. 이를 반대로 이용해 납 테이프를 토 쪽에 붙이면 훅을, 힐 쪽에 붙이면 슬라이스를 방지할 수도 있다.

똑같은 드라이버는 없다=클럽은 수작업 과정에서 오차가 발생한다. 같은 업체가 만든 같은 사양의 채도 다르다. 특히 길고 민감한 드라이버는 오차가 더 커진다. 그래서 정상급 투어 프로들은 똑같은 사양의 드라이버 수십 개를 주문한 뒤 그 중 하나를 고른다. 아마추어는 브랜드보다는 자신에게 잘 맞는 채를 캐디백에 넣는 것이 주말의 기쁨을 배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성호준 기자<kar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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