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확 내린 중국 … 증시 바닥론 솔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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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중국이 26일 금리를 전격적으로 내렸다. 올 들어 네 번째다. 인하 폭도 크다. 대출과 예금 금리 모두 1년 만기 기준으로 1.08%포인트씩 떨어졌다. 은행별로 지급준비율도 1~2%포인트씩 낮아졌다. 빠듯해진 시중 자금사정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1800선에 머물던 주가도 27일 1917까지 올랐다. 그러나 본격적인 상승은 4조 위안 규모의 부양책이 본격 실행되는 내년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커지는 경착륙 우려=중국 인민은행이 금리를 한꺼번에 1%포인트 넘게 낮춘 건 1997년 이후 처음이다. 충격요법을 써야 할 만큼 경제 상황이 안 좋다는 의미다. 지난달 전력 발전량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 감소했다. 춘절 휴가 같은 계절적 요인이 없으면 좀처럼 줄지 않는 발전량이 감소한 건 충격적이다. 생산활동이 빠르게 나빠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공업생산 증가율은 8.2%에 그쳐 2001년 이후 가장 낮았다.

소비도 좋지 않다. 소비자신뢰지수는 3개월째 하락하고 있다. 소매판매 증가율도 9월 23.2%에서 지난달에는 22%로 둔화됐다.

이 때문에 중국 경제가 경착륙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이미 대부분의 국제기구와 투자은행들은 내년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7% 중반으로 낮췄다. 삼성증권 이승훈 연구원은 “10월 철강 생산량이 전년 대비 14.3%나 감소했다”며 “89년 성장률이 4% 수준에 머물던 때보다 더 부진한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쏟아지는 부양책=중국 정부도 이런 우려를 알고 있다. 그래서 이달 들어 전방위적인 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9일 4조 위안(약 870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발표한 데 이어 하루가 멀다 하고 각종 개발계획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대부분 도로·공항·서민주택 등 인프라 투자에 집중돼 당장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자금이 투입되는 시점도 대부분 내년 이후로 잡혀 있다. 하루하루 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기업 입장에서는 그림의 떡인 셈이다. 그러나 금리와 지준율을 내리면 효과가 바로 나타난다. 특히 인민은행이 2일 시중은행의 대출총량제를 폐지했기 때문에 지준율이 내려간 만큼 대출도 늘어날 수 있다.


◆추가 조치도 예상=증시에도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특히 부동산 관련 주식이 가장 큰 수혜를 볼 전망이다. 우리투자증권 주희곤 연구원은 “당장 대출을 갚아야 할 부담이 줄었을 뿐만 아니라 집 사려는 사람의 금리 부담이 줄어 부동산 경기도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출이 늘면 은행들의 수익도 커진다. 대우증권 허재환 연구원은 “정부의 강력한 부양의지가 확인된 만큼 방향성이 없었던 증시가 안전판을 얻은 셈”이라고 말했다. 적어도 이달 4일 기록한 저점(1706포인트)이 다시 깨질 걱정은 줄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본격적인 상승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세계 경제환경이 너무 불안하기 때문이다. 추가 부양책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래에셋증권 정승재 연구원은 “소비가 극도로 위축된 것은 주식과 펀드,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가계가 쓸 수 있는 돈이 많이 준 탓이 크다”며 “중국 정부 생각대로 내수로 성장을 이끌어가려면 개인소득세 인하를 비롯한 소비진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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