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이슬람 성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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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우리곁에 문득 이슬람 문화가 성큼 다가서 있다면 어떨까.어수선하고 때로는 살벌해 보이는 서울에서 일부러 그 흔적을 찾아 나서는 사람은 드물테지만.하지만 이곳이 이슬람의 빈 공간은 아니다.어딘가를 비집고 들어서 있는 문화의 정취를 느끼는 것은 간혹 신비로움을 던지는 서울엔 제격이다. 서울.부산.전주.안양.경기도 광주의 5개 성원과 울산.제주등2곳의 임시 성원은 이슬람 문화를 체험하기에 가장 좋은 공간이다.특히 서울 이태원 중앙성원은 매주 금요일 오후1시면 합동예배를 위해 한국신자와 아랍권 외교관,외국인 근로자 등 7백여명이 모이며 예배가 끝나는 2시쯤부터는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이슬람 사고방식이나 생활관습들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다. 라마단 단식이 끝남을 기념하는 .이둘 피트르'(파제절)와 양.염소등을 바치는.이둘 아드하'(희생제)는 이슬람의 양대 축제로 이 기간중 이태원에는 6천~7천명의 신자가 운집해 예배를 올리고 축제를 즐긴다.라마단 단식과 .이둘 피트르 '에서 인내와 금욕의 문화를 체험한다면 희생제 날에는 이슬람식 도살을 구경할 수 있다. 이들은 가축을 도살할 때 날카로운 칼로 단숨에 목을 베어 죽이며 더러운 것으로 간주되는 동물의 피를 동맥을 통해 완전히 빼낸 다음 고기를 도려낸다.원칙적으로는 이러한 의식을 거친.할랄 미트'(허용된 고기)만 먹을 수 있다.희생제는 헤지라력 12월10일로 올해의 경우 양력 4월 중순이며 이날 이태원의 중앙성원에서는 염소를 잡는다. 축제일 외에 비이슬람 신자가 중앙성원을 방문하기에 적합한 때는 일요일 낮 12시쯤이다.매주 토요일 밤부터 일요일 저녁까지평소 종교행사를 갖기 힘들었던 각국의 신자들이 성원에 모여.다블릭 자마아'(이슬람 선교단)활동을 통해 예배를 올리고 서로의소식을 나누며 전통음식을 조리해 먹는다.90년대 초까지만 해도참가자가 매주 20여명에 불과했으나 요즘엔 3백명 이상으로 불어났다. 일요일 낮무렵 이들간의 안부교환과 예배가 어느정도 마무리되면 외부 참관객들과의 대화나 교류가 이뤄진다.한국이슬람교중앙회의 안내를 받아 각국의 전통음식을 맛보면서 식사문화도 체험할 수 있다. 성원 방문시 빼놓지 말고 들러야 할 곳이.우두실'(우두는 소정이란 뜻)이다.우리로 말하면 화장실인데 여기선 독특한 청결문화를 실감할 수 있다. 변기가 5~6개 뿐인데 비해 수도꼭지는 30~40개에 이른다.용변을 보는 경우보다 몸을 청결하게 씻는.우두'를 행하는 사람이 훨씬 많이 이용하기 때문이다. 남자 우두실에도 소변기가 없다는 점이 특이하다.이슬람 신자들은 남녀 구분없이 용변을 본 후엔 반드시 특정부위를 물로 닦는다. 그러니 남자들의 경우도 소변을 본 뒤 물로 닦을 수 있도록 밀폐된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며 앉아서 오줌을 누는 것이 세척에 편리하기 때문에 특별히 소변기를 마련할 필요가 없다. 한국의 이슬람을 이끌어 가는 재단법인.한국 이슬람교 중앙회'에는 이사장.사무총장 이하 청년회.학생회.부녀회등 선교기구와 아랍어 연수원.무슬림 도서관등의 부설기관이 속해있다.4명의 한국인 이맘(예배인도자)과 1명의 파키스탄 이맘이 각 성원에서 예배를 집전한다.02-793-6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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