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첸 對러시아 우호유지 선택-경제지원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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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체첸 대통령선거에서 예상대로 아슬란 마스하도프가 당선됐다. 이같은 결과는 체첸측과 러시아 양쪽 모두에게 만족할만한 것이다. 체첸 독립을 정치적 구호로 내건 마스하도프의 당선으로 현재 체첸엔 외견상 독립주권국이 된듯한 축제열기가 가득하다. 마스하도프의 당선은 체첸 주민들이.무조건 독립'만을 원하지 않고 러시아와의 우호적 관계를 복원하고자 하는 바람도 갖고 있음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마스하도프는 이번 선거에 출마한 다른 후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건하다. 때문에 마스하도프의 이번 당선은 체첸인들이 과거와 같은 무장투쟁 일변도의 과격한 방법을 배격하고 동시에 연방과의 관계에도신경쓴다는 메시지라고도 할 수 있다. 선거유세기간중에도 항상 선두를 놓친 적이 없는 마스하도프는 그 이유가 그가 체첸의 독립이라는 대명제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러시아와의 체첸평화회담시 실용적이며 안정된 협상 솜씨를 과시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실제로 대다수 체첸 주민들은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연방과의관계를 적절하게 유지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마스하도프가 당선후 직면해야 할 현실적 난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그는 새 대통령으로서 파괴된 산업시설을 다시 세우고 일자리를 제공하는등 경제복구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막대한 돈이 필요한데 돈을 제공해줄 수 있는 곳은 연방 밖에 없다. 또 다른 지원창구인 유럽도 막 평화를 회복한 체첸에 다시 전쟁이 발생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마스하도프는 연방과 적절한 우호관계를 유지해야만 한다. 막판에 맹렬히 추격해 오던 부됴노프스키 테러사태의 주범 샤밀바사예프가 끝내 그에게 고배를 마신 것은 체첸 주민들이 이제는평화와 안정을 간절히 바라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는 러시아 연방도 마스하도프의 당선에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러시아로서는 앞으로 체첸의.독립'주장에 관계없이 경제지원을 통해 주민의 환심을 사는데 주력하게 될 것이다. 예산지원을 하고 동시에 이 지역을 통하는 송유관에 대한 체첸의 관리권을 인정한다든가 하는 방법을 통해 체첸에 한편으로 지원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체첸이 러시아에 매달리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모스크바=안성규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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