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핵폐기물 관련 '평화적 해결' 공감대 넓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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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우리가 이 곳에 온 것은 시위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우리는 이번 사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길 바라며 또 평화적 해결방법에 대한 대안도 갖고 있습니다.” 28일 오전10시 대만 입법원(立法院)내 민진당(民進黨)사무실을 찾은 녹색연합의 장원(張元)사무총장은 시위보다는 평화적 해결을 강조했다. “한국-대만간의 사태해결 방법은 제로섬 게임이 돼서는 안됩니다.둘다 지는 게임이 돼서도 안됩니다.양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오히려 옛 우정을 회복할 수도 있습니다.” 민진당 사무실을꽉 메운 50여명의 대만 기자들은 張총장의 투쟁방법에만 관심을표명했다가 평화적 해결을 설파하는 張총장의 주장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화답하듯 민진당의 리진융(李進勇)의원은“녹색연합의 주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동정합니다.그러나 한국-대만 관계가 악화되는 것만은 피해야 합니다.또 녹색연합의 대만내 활동이 긴장을 조성하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따뜻한 당부의 말을 건넸다.비록 정부간 회동은 아니지만 정면대결로 치닫던 한국-대만 관계에 실낱같은 돌파구가 마련되는 순간이었다. 이번 문제가 양국간에 큰 갈등없이 해결되기를 바라는 것은 대만에서 활동하는 한국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가끔 항의전화가 오기도 하지만 한국-대만 무역관계에 아직 커다란 변화는 없습니다.오는 2월말 한국에 갈 대만 구매단 15개팀을 모집중인데 목표는 무난히 달성할 것 같습니다.그런데 이들 구매단이 행여 한국에 갔다가 봉변당하면 어떡하 느냐는 문의를 해와 이를 해명하느라 곤혹스럽습니다.”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 유영수(柳永洙)씨의 말에선 은근한 걱정이 비친다. 그런가하면 대만 태우실업에 다니는 교포 2세인 김성국(金成國)씨는“매년 연장하는 공작증이 올해는 7월에 나올 예정인데 혹시 이번 일로 잘못될까 두렵다.단교 전엔 물론 한국사람들한테는공작증이 필요없었으나 지금은 대만회사에 다니려면 공작증이 있어야 한다”며“회사내에서 이번 핵폐기물 사태가 화제에 오르면 슬그머니 자리를 피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대만환경보호연맹의 공동 창립자로 현재 대만 가정보호회 이사장인 차오아이란(曹愛蘭)은 한국과 대만이 과거의 감정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이성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라고 강조하고 있다. [타이베이=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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