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금기 깬 사우디 여성 록그룹 지하 클럽서만 활동해도 ‘인기 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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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란 이유로 여전히 억압받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차도르를 벗어 던진 여성 4인조 록그룹이 인기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첫 여성 록그룹 어콜레이드. 4인조지만 멤버 중 한 명은 사진 촬영을 거부했고, 나머지 세 명도 자신의 신원을 보호하기 위해 코 위로만 사진을 찍었다. [IHT 제공]


사우디의 첫 여성 록그룹 ‘어콜레이드(Accolade)’가 인터넷을 통해 데뷔곡 ‘피노키오’를 히트시키면서 이들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이 25일 보도했다. 그룹은 기타를 연주하는 리더 디나(21), 베이스 기타 다린(19), 보컬 라미아, 키보드 암자드 등 네 명의 여대생으로 구성됐다. 자신의 신원이 알려질 것 같아 멤버 네 명 중 한 명은 사진 촬영을 거부했으며 세 명도 코 위로만 얼굴이 나오게 사진을 찍었다.

자매 사이인 디나와 다린은 3년 전부터 록그룹 결성을 꿈꿔 왔다. 이들의 꿈이 이뤄진 것은 올 9월. 나머지 멤버 두 명을 모은 뒤 사우디 남서부 홍해 연안의 항구도시 제다에서 싱글곡 ‘피노키오’를 녹음했다. 이들은 자신의 노래를 음악 사이트에 올리고 지하 클럽에서 활동하면서도 두 달 만에 큰 인기를 불러 모았다.

그룹명 ‘어콜레이드’는 영국 화가 에드먼드 블레어 레히튼(1853~1922)의 작품 ‘기사 작위 수여식’에서 따온 것이다. 그림에는 긴 머리 여성이 긴 칼을 젊은 남성의 어깨에 얹어놓고 기사 작위를 주는 장면이 담겼다. 디나는 “만족해 보이는 여성의 얼굴에 감동받아 그룹명을 짓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에게는 지하 클럽이라도 활동 무대가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지금은 사우디에서 가장 개방적인 도시로 꼽히는 제다지만 10년 전만 해도 머리를 길게 기른 남자는 경찰의 몽둥이 세례를 받던 곳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국의 힙합 문화까지 젊은이들에게 파고들었으며 남성 록 그룹은 12개가 넘는다.

어콜레이드의 꿈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정규 앨범을 녹음하고, 정기적으로 공연하고, 티켓을 파는 것이다.

디나는 “사우디 인구의 60%가 25세 이하여서 개방 성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며 “10년 뒤에는 공개된 장소에서 공연하는 꿈이 꼭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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