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이 지갑 더 닫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소비심리가 더 얼어붙으면서 부자들도 본격적으로 지갑을 닫기 시작했다. 앞으로 소득과 일자리가 줄고, 자산가치도 떨어질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동향지수(CSI)’에 따르면 소비지출전망 CSI는 94로 전달의 100에서 6포인트 떨어졌다. 외환위기 때인 1999년 1분기(9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소비지출전망 CSI가 100 미만이면 앞으로 소비를 줄이겠다는 응답자가 그렇지 않은 응답자보다 많고, 100을 넘어서면 그 반대다.

소비심리 위축은 소득이 많고 적고를 가리지 않았다. 월소득이 100만원 미만~500만원 이상 모든 가구에서 CSI는 100 이하로 떨어졌다. 한은 허상도 통계조사팀 과장은 “특히 외식·여행·문화·통신비 등 꼭 필요하지 않은 지출을 줄이겠다는 응답이 많았다”고 말했다.

월소득이 500만원 이상인 고소득층 가구의 소비지출전망 CSI는 전달 102에서 92로 10포인트 급락,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가구보다 하락 폭이 컸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경기침체가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부자들도 이에 대비해 본격적으로 씀씀이를 줄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게다가 앞으로 소득이 줄 것으로 전망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도 소비 감소에 한몫했다. 가계수입전망 CSI는 84로 전달보다 7포인트 하락했다. 부동산 등 자산가치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주택·상가 가치전망 CSI는 85로 전달보다 8포인트 떨어졌다.

일자리 사정도 크게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취업기회 전망 CSI는 50으로 전달보다 10포인트 하락했다. 98년 4분기(33)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조민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