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cover story] 청년 실업 그늘 눈물의 '알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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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상이야, 사람이야? 군대에 가려고 대학을 휴학한 뒤 방송 엑스트라 출연 아르바이트 등을 하고 있는 조준우씨(21). 장미 축제가 열리고 있는 에버랜드 로즈가든에서 ‘동상인 척하기’일일 아르바이트를 꾸며봤다.

'내가 모르는 친구들이 참 많이 있네…'.

친구 결혼식에 갔는데 이런 생각이 든 적은 없는지. 그 중 하객으로 꾸민 아르바이트생이 있을지 모른다. 농담이 아니다. 실제 결혼 하객들을 전문적으로 대주는 아르바이트 인력 관리 업체가 있다. 가짜 친구지만 신랑.신부의 정보를 미리 알아둔 뒤 식장에선 정말 친구처럼 자연스레 말도 건넨다. '프로 연기자'라 해도 좋을 정도다.

'찹쌀 떠~억'이나, 패스트푸드점 일꾼이 아르바이트의 전부가 아니다. 한때 우스개로 나돌던 '악어 이빨 닦아주기''상어 때 밀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별의 별 아르바이트가 다 있다. 경주마를 달래 오줌을 누게 하고, 닥치는 대로 속옷을 입어보고…. 미용학원 수강생의 실습 대상, 새로 개발한 약이 효험이 있는지 알아보는 실험에 몸을 내놓는 '마루타' 알바도 있다. 선수들이 뒹굴고 난 씨름판 모래를 정리하는 것도 아르바이트생들의 몫이다.

이렇게 희한한 아르바이트를 하는 젊은이들을 week&이 만났다. 그들이 일하는 모습과 속내는 이 시대를 그대로 비춰냈다.

'튀어야 인정받는'세상이어서일까. 하는 일의 독특함은 친구들에게 자랑거리였다. 어떤 이는 어려운 경기 때문에 생긴 부모의 주름살을 펴드린다는 뿌듯함도 감추지 않았다.

그늘도 있었다. 취업이 안돼 별 수 없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젊은이들. 번듯한 직장에 다니는 친구들이 "넌 자유로워 좋겠다"면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남의 속도 모르고'를 뇌까렸다.

이색 아르바이트의 현장과 더불어 과장 아르바이트 광고에 현혹되지 않는 법도 이번주 함께 담았다.

글=권혁주.이경희 기자<woongjoo@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어린이 독자 모델=유종상군(7.부천 신도초등1), 유지희양(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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