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 졸면 사고난다? 졸면 알아서 멈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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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주행 중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면 BMW 7시리즈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센서가 빗방울을 감지하면 즉시 와이퍼가 움직인다. 습도를 감지해 에어컨이 켜지며 유리가 뿌옇게 흐려지는 것을 막는다. 브레이크는 운전자가 페달을 밟지 않더라도 알아서 슬쩍슬쩍 제동을 걸어 건조한 상태를 유지한다. 공기 중 습도가 높아졌으니 엔진은 연료와 혼합하는 비율을 바꾼다. 노면이 미끄러우니 주행 안전장치도 바짝 긴장한다.

이 차에 ‘컨트롤 유닛’이라는 일종의 컴퓨터가 들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BMW 7시리즈의 경우 이런 컨트롤 유닛이 80여 개나 된다. 컨트롤 유닛을 한 대의 컴퓨터로 간주하면 거의 PC방 수준인 셈이다. 이렇게 많은 두뇌가 서로 잘난 맛에 따로 움직이다 보면 차의 기능은 뒤죽박죽 되게 마련이다. 동시다발적으로 작동되는 수많은 기능을 얼마나 빠르고 정확히 제어하느냐가 안전기술의 핵심이다.

자동차의 미래 안전기술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숙련된 보조 운전자의 역할까지 해낸다. 10월 독일의 자동차부품 기업 콘티넨탈이 경기도 화성의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에서 선보인 미래의 자동차 안전기술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회사는 세계 3위 부품업체로 국내 현대·기아차·쌍용차·GM대우에 레이더 크루즈컨트롤과 자세안전장치(ESC), 에어서스펜션 등을 공급한다. 제네시스에 들어간 신기술인 레이더 크루즈컨트롤이 이 회사 제품이다.

크루즈컨트롤(정속 주행장치)은 고속도로에서 가속페달을 밟고 있지 않아도 미리 정해 둔 속도로 달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비. 최신 크루즈컨트롤은 알아서 속도를 다독이고 높여 앞차와의 간격까지 유지한다. 곧 상용화될 차세대 크루즈컨트롤은 이보다 더 적극적이다. 미리 설정한 속도와 가까워지면 가속페달에 배압을 걸어 발목에 뻐근함을 느끼게 한다. 더 가속하고 싶을 경우 가속페달을 꾹 밟으면 자동으로 답력(밟는 힘)이 풀린다. 앞차와 가까워졌을 때는 우선 가속페달에 배압을 건다. 그래도 알아채지 못하면 가속페달에 강한 진동을 때린다. 이마저 통하지 않으면 운전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급제동을 걸어 추돌 사고를 막는다.


아울러 브레이크는 기존의 유압식에서 전자식으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반응이 더 빠를 뿐 아니라 엔진 부담이 줄어 연비도 개선되기 때문이다. 여러 안전 기능을 통합한 주행 안전장치는 더 영리해지는 동시에 가볍고 작아진다.

벤츠·혼다에서는 카메라로 차선을 읽는 기술을 보다 진보시켜 고속도로에서 운전자가 졸음 운전 등으로 차선을 이탈할 경우 컴퓨터가 핸들을 돌려 방향을 바로잡아 주는 신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2~3년 안에 실용화될 전망이다.

오늘날 널리 알려지고 대중화된 자동차 안전장비로는 에어백과 잠김 방지 브레이크(ABS) 정도가 있다. 그러나 향후의 안전기술은 서로 다른 기능을 통합·제어할 뿐 아니라 운전자의 실수마저 감싸는 단계로 진화할 전망이다. 자동차 업체가 개발하는 신기술은 엔진 출력을 높이거나 차체 강성을 보강하는 기본적인 것보다는 안전과 관련된 게 많다.

2~3년 안에 양산차에 적용될 미래 안전기술의 궁극적 목표는 운전의 즐거움을 해치지 않되 사고를 혁신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현재 북미에선 교통 사고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주행 안전장치 의무 장착이 논의 중이다. 그러나 국내에선 아직 ABS조차 의무 장착되지 않고 있다.

김기범 월간 스트라다 기자

cuty74@istrad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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