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연의 인카 문명] 연말 할인 차 살 때 꼭 따져봐야 할 것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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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몇 년 전부터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이맘때쯤이면 남의 인생상담을 해줄 형편이 못 되는 제게도 상담전화가 부쩍 많이 걸려옵니다. 연말 자동차 할인 광고가 나오는 시기와 정확히 맞아떨어집니다.

“연아, 잘 지내니? 아는 후배가 차를 지금 사면 차량 가격 할인에, 각종 지원금까지 더해서 아주 싸다던데, ××모델을 ○○원 할인받으면 괜찮게 사는 걸까?” “형님! 그 차 원래부터 사고 싶었던 모델인가요? 아니면 할인 폭이 커서 사려는 건가요?” 저의 대답은 한결같습니다.

그런데 연말에 차 구입한 지 한두 달 후 차의 연식이 바뀌면서 손해를 보게 될 걸 알면서도 차를 사는 이른바 ‘연말 구입자’들의 심리가 궁금해졌습니다. 과연 할인금액 때문일까요? 지인 20여 명에게 물어보니 답변들이 그럴싸하고 재미있어 한번 정리해 봅니다.

1) 겨울철 추운 날씨 때문이다?

보통은 날이 풀리고 야외활동하기 좋은 봄에 새 차를 사는 게 당연하지만, 겨울에 히터를 통해 나오는 새 차 냄새를 맡아보지 않은 사람은 그 맛을 모른다고 우기는 부류가 있습니다. 추운 날씨에 유독 따듯한 실내공간에 집착하는 사람, 즉 추위에 약한 체질 보유자들이 의외로 연말 차량교환 유혹에 빠지는 증상(?)을 보였습니다. 차의 존재가 절실한 시기에 차를 교환한다는 것입니다.

2) 크리스마스도 다가오고, 한 해 동안 고생한 데 대한 보상이다!

말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아직도 싱글인 부류입니다. 연말 데이트를 위한 분위기 쇄신용(?)이 아닌가 싶습니다. 분위기에 약한 데이트 상대를 위한 투자라고 해두죠.

3) 이번에 안 사면 언제 다시 이런 기회가 올까?

가장 위험한 종류의 소비심리를 소유한 분들로서, 그야말로 딜러가 비밀스럽게 적어준 할인금액이 눈앞에 아른거려 도저히 참지 못하겠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저는 자동차계의 고수님들로부터 전수받은 것을 토대로 ‘연말 할인 차 구입 체크포인트’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첫째, 단종되는 차종은 피하라. 너무도 당연해서 설명이 필요 없겠죠?

둘째, 페이스리프트(부분 변경)된다는 정보가 있는 차종은 기다려라. 부분 변경의 경우 보통 옵션을 추가하면서 가격을 그대로 두기 때문에 기다렸다 같은 값으로 더 많은 기능을 지닌 차를 사는 것이 낫다고 합니다.

셋째,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비인기 차종을 검토하라. 분명히 잘 팔리지 않아서 할인하는 것이 확실하나, 외국 평가와 달리 국내에서 저평가된 차종을 잘만 고르면 할인받고 좋은 차 타는 일석이조랍니다.

넷째, 모델체인지(이름만 같고 전체 변형)될 것이라는 정보가 있는 차종에 주목하라. 의외죠? 그러나 자세히 보면 마지막 모델에는 달 수 있는 것을 다 달아준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떨이로 재고를 소진해야 하기 때문이죠. 주로 ‘스페셜 패키지’ 같은 문구를 많이 사용하는데 고수들에 따르면 판매량이 많고 평판이 좋은 모델은 노려볼 만하다고 합니다.

마지막, 사고 싶은 차였다면 사라. 중고차 시세에 연연하지 않고 오래 탈 차라면 꾹 참았다가 연말 할인을 노리라는 것입니다.

결국 자동차를 살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정보’입니다. 그러기 위해 먼저 해야 할 일이 뭘까요? 내가 사려는 자동차 동호회에 가입하는 것입니다. 가입 즉시 Q&A 게시판을 살펴보십시오. 어느 부분에 고장이 많은지, 어느 부분이 불만인지가 상세하게 올라와 있으니까요.

남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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