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안기부법 날치기처리 관련 영수회담 2시간 17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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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시간17분간 진행된 21일의 청와대 여야영수회담은 노동법과안기부법의 날치기 처리문제를 둘러싸고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김대중(金大中).김종필(金鍾泌)총재간에 고성이 오가는등 뜨거운설전이 벌어졌다.
노동법 재론과 복수노조 허용등 상당한 진전이 이루어졌음에도 시국의 민감성을 반영해 최근 몇년간의 영수회담중 가장 적나라하고 숨김없는 감정표현이 속출됐다는게 야당 총재들의 전언이다.
…영하10도의 날씨를 화제로 시작된 회담은 날씨와 달리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시작.
金대통령이 점심메뉴로 갈비탕이 나오자“지난번 회담때 칼국수를내놓으니까 당에 가서 또 식사를 하셨다고 해서 오늘은 갈비탕을내놓았다”고 김대중총재를 향해 말을 건네자 한바탕 웃음.
그러나 웃음은 잠시뿐.김종필총재가“노동관계법등 11개 법안이국회법을 어겨 원천무효”라고 날치기를 거론하자 金대통령은“통과과정상에 조금의 하자도 없다.다만 내용에 대해 더 나은 의견이있으면 얼마든지 국회에서 논의해 달라”고 응수 .
이에 김대중총재는 과정상의 잘못을 하나하나 열거하면서“야당의원들에게 알리지 않고 어떻게 기습 처리할 수 있느냐”고 따지자이홍구(李洪九)신한국당대표가 즉각“적법적으로 통보됐다”고 대답하면서 설전이 시작.
김대중총재는“법원에서도 위헌심판재청이 청구됐다”고 반박하자 金대통령은“수많은 판사중 그런 사람도 있겠지…”라고 일축하면서팽팽한 긴장감이 조성됐다.
11개 법안처리를 놓고.합법'이냐,.원천무효'냐를 두고 입장차이가 좁혀들지 못하고 똑같은 공방이 계속되자 金대통령은“왜 야당은 대안을 내놓지 않고 그러느냐”고 정색을 하고 역공.
이에 김종필총재가“이한동(李漢東)신한국당고문도 인터뷰에서.내용도 모른채 새벽에 나가 통과시켜 마음이 무겁다'고 하더라.이정도로 여당내에서도 검토되지 않고 불쑥 내밀었는데 야당이 대안을 내놓을 틈이 언제 있었느냐”고 부당성을 지적 .
金대통령은 특히 김대중총재가“야당에 알려주지도 않고 여당이 몰래 모여 의안을 처리한 적은 3선개헌때 딱 한번”이라며“그때대통령도 야당 총무로서 의사당 꼭대기에 올라가 플래카드를 들고.민주 반역자'라고 규탄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하 자“불법문제까지 포함해 국회에서 논의하시오”라고 한발 후퇴.
그러나 이 결정은 이홍구대표가 金대통령 말을 받아“불법이라고하면 곤란하다”고 제동을 걸어 무산.
…김종필총재는 자민련인사의 연쇄탈당이 못내 마음에 걸리는 듯“최각규(崔珏圭)강원지사등 탈당은 명백한 야당파괴공작”이라고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
金대통령은“본인들이 알아서 들어온 것”“과거엔 그런 일이 있어도 지금은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다”고 맞받아쳤다.
그러자 김대중총재는“빼돌리기가 없다는데 옆에서 본 것은 아니지만 어제까지 기자실에 와서 안간다고 하고 간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검찰의 총선 기소도 지극히 편파적”이라고 지원.
그러자 金대통령은“공무원이 여당 말이라고 다 듣겠는가.공무원도 여러 지방출신이 있는데”라고 반박.
두 金총재가 金대통령에게“공명정대한 선거를 위해 고소(高所)에서 국정에만 전념해달라”고 요구하자 金대통령은“민자당을 탈당한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전철을 밟으라는 소리냐.난 그렇게못한다.대통령으로서 할 임무를 다하겠다”고 일축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종.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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