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KBS 특감] 억대 연봉 '정원外 간부' 73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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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의 방만한 경영실태와 구조적인 문제가 드러났다. 감사원은 5개월여간의 감사 끝에 지배 구조.재원 조달.조직 및 인력운영.예산 편성 및 집행 등 경영 전반에 걸쳐 KBS의 문제점을 낱낱이 들춰냈다. 이번 결과를 토대로 감사원은 KBS에 대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요구할 계획이어서 KBS의 대응이 주목된다.

◇방만한 경영=감사원 관계자는 "KBS는 구조조정의 '무풍지대'"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KBS는 지난해 말 현재 임직원 수가 5136명으로 1998년 말에 비해 3.7% 줄었으나 국장급의 경우 오히려 41.7%(35명) 늘었다. 부장급도 98년에 비해 22.4%가 증가했다.

감사원은 특히 국장.부장급 전문직의 경우 현 인원이 정원을 73명이나 초과하고 있으며, 이들에게 1인당 연간 평균 약 1억300만원가량이 지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인건비성 경비나 복리후생과 관련한 예산의 집행 부분도 문제삼았다. KBS는 2002년 천재지변 등 특수상황에만 쓸 수 있는 예비비 109억원을 직원들에게 특별성과급으로 지급했다. 99년 이후 세차례에 걸쳐 지급 근거도 없는 특별 격려금 명목으로 81억원을 사용했다.

또 KBS는 99년 이후 개인연금 불입액 지원을 중단하라는 기획예산처와 감사원의 잇따른 요구에도 "노조와 합의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대로 시행하고 있다. 이 돈은 95~2003년 380억여원에 이른다. 감사원은 KBS 측에 이런 부당한 예산집행 사례들을 즉각 시정하도록 요구할 방침이다. 감사원은 또 KBS가 총사업비 1247억원을 들여 2000년 수원에 대규모의 드라마 제작센터를 지었지만 사무공간의 이용률이 47.7%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런 상황인데도 KBS는 본사 연구동에 총사업비 2700억원의 멀티미디어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감독의 사각지대=감사원은 KBS가 이처럼 방만한 경영을 할 수 있었던 원인을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감사원은 우선 주요 경영현안을 결정하는 이사회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이사 전원이 비상임인데다 회계 등 경영문제를 다룰 만한 전문가가 전혀 없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그러다 보니 경영진이 이사회를 건너뛰는 일도 벌어진다. 예컨대 지난해 이사회에 올리지도 않고 수백억원이 들어가는 대형 건물공사 2건이 결정됐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이사회가 실질적인 최고의결기관이 될 수 있도록 ▶11명의 이사 중에 경영회계 전문가를 반드시 포함하고 ▶KBS 출신(현재 3명)은 일정 수 이하로 제한하도록 권고키로 했다. 또 내부 감사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감사를 사장과 버금가는 위상으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KBS, "우리도 구조조정 중"=KBS도 지난해부터 강도 높은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 중이다. 여기엔 지역 방송국을 9개 총국에 흡수.통합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KBS 노조 관계자는 19일 "박권상 전 사장 시절 비슷한 시도가 있었으나 인사 문제와 연계하는 바람에 좌절됐다"며 "실질적 지역 방송 역할을 하기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부분엔 노사 모두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또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방향의 개혁엔 찬성하나 편성권 침해로 이어질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임봉수.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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