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남북관계에도 '빅뱅'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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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현재 파업이 나라안을 어수선하게 하고 있으나 밖으로는 북한의잠수함사건에 관한 사과이후 한반도정세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의정서 서명,4자회담 설명회 개최,북.미(北.美)간 준고위급회담 등 일사천리로 북한 페이스대로 진전 되는 듯해 경계를 늦출 수 없다.
국내 일각에선 이제는 인도적 지원이나 경제교류가 당장 가능한것처럼 논의가 무성하다.국운을 좌우하는 기본과제가 경제부강과 국가안보일진대 노동파업은 경제부강을 저해하고,남북관계의 허술한대응은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그런데 정부의 대응 을 보면 걱정이앞선다. 첫째,북한은 경제난으로 곧 망할 것이라는둥,북한이 당장 붕괴하면 곤란하니 차라리 장기간 각종 지원을 해줘 연착륙을유도해내자는 등 견해가 많으나 정부의 입장과 대책은 확실하지 않다.우리는 경제력의 우월성을 내세워 우쭐해서도 안되고 더구나북한이 모두 굶고 있으므로 전과 달리 풀이 죽어 호전적 전투태세를 지속하지 못할 것이니 대북(對北)경각심을 조금 늦춰도 된다는 생각을 추호라도 한다면 곤란하다.굶은 자가 한방 쏘는 총에도 맞으면 죽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 이다.
둘째,지금 우리는 대북관계에서 경수로 건설자금지원 등 역사상그 어느 때보다 가장 강력한 협상카드를 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이를 활용하지 못한 채 우리 정부의 불철저한 정보와 한계있는 시각을 잘 파악하고 있는 미국에 이용당하면서 북한의 속셈조차 파악하지 못하지나 않았는지 의심스럽다.북한이 잠수함사건에 대해사과한 것은 당연한 일이나 사과성명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이 석연치 않을 뿐 아니라 기분 나쁘기까지 하다.사건의 피해자인 우리정부는 시종일관 배제되고 북한 의 미주국장이 미국을 드나들면서미국과 줄다리기한 끝에 사과성명이 발표됐으니 아무리 배후에서 한.미간에 긴밀히 공조했다 한들 북측의 우리 정부 배제방침인 소위 봉남통미(封南通美)정책에 끌려다녔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셋째,과거에는 박정희(朴正熙)정권이래 역대 정부가 통치술내지 국민충격요법으로 항상 북한카드를 남용해 왔다.
그 방법은 통치자가 국내의 불리한 정치적 국면전환을 위해 극적 조치를 취함으로써 국민의 얼을 빼놓는 식이었다.이 경우 두가지 양념이 꼭 끼어드는데 그 하나는 통일원.외무부.청와대및 안기부 등 관계부처의 공다툼이고,다른 하나는 당시의 유력한 정치인이 끼어들어 자신의 업적을 내세우려고 혈안이 되곤 하는 것이었다.남북경제협력과 식량원조가 대북정책 메뉴에 단골로 등장한요즘에는 앞에서 말한 외교안보부처들 외에 경제부처까지 한건 하겠다고 끼어들어 부처이기주의는 더욱 기승을 부리는 면이 있다.
북한은 이러한 우리의 결점을 너무 잘 간파한 나머지 남북이 접촉할 때마다,특히 안기부를 배제하고 직접 상대하면 일이 성사된다고 부추긴다.그들은 자기네 수법과 생리를 가장 잘 파악하고있는 안기부를 기피하려는 일관된 책략을 쓰고 있 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정권을 다뤄본 경험이 없는 곳이 홀로 나서 일을 그르친경우마저 없지 않다.결국 북한은 핵을 빌미로 미국을 이용,국제적 지위를 인정받으면서 일본을 통해 경제지원을 끌어내면 대성공이므로 그들의 모든 정책방향이 거기 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우리는 감정따라 상황따라 오락가락한다.
넷째,역대 정부의 통치자나 관계부처가 남북관계에서 한건 하려는 공다툼 때문에 많은 혼란과 실패를 초래한 것도 큰 손실인데이제는 대기업들마저도 북한진출에서 경쟁업체보다 먼저 한건 하겠다고 저마다 아우성이니 이러한 무원칙한 민간경쟁 도 결국 국익을 해칠 뿐이다.
이 기회에 금융기관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를 다루는 부처에도 과감한 .빅뱅'을 통해 새로운 틀을 짜고 창구일원화.인력정예화.정책일관화,그리고 미국을 비롯한 관계국가와의 공조체제 전문화등을 시도하면 어떨까.또한 4자회담에 대한 기대 를 버리고,핵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KEDO를 구성했듯 북한의 식량난도 국제컨소시엄을 구성해 접근하면 어떨까.
◇필자 약력▶서울대법대 졸▶미 코넬대 법학박사▶한국지적소유권학회 회장(현)▶서울대법대 교수.학장(현)▶저서.해상법원론'등宋相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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