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직시험 58戰 58敗-어느 지방대생의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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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헤어스타일과 안경테까지 바꿔봤지만 소용없었습니다.면접 아니면 서류전형에서 꼭 떨어졌어요.도대체 어떻게 하면 취직할 수 있나요.부모님 얼굴을 볼 면목이 없습니다.” 58전 58패.17일 중소기업진흥공단이 개최한.97중소기업 채용박람회'를 찾은김준곤(金俊坤.26.경기대산업공학과 4년.사진)씨의.취업전적'이다. 그는“지난해 10월부터 대기업.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무려 58곳을 지원했지만 번번이 떨어졌다”며“도무지 일할 기회를 주지 않는 사회가 원망스럽다”고 말한다.
7곳의 회사에는 다행히 서류전형을 통과해 면접까지 봤지만 결과는 불합격이었다.아무리 생각해도 왜 불합격인지 떨어질만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세칭 일류대 출신이 아니라 차별받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미용실까지 찾았다.평소 기르고 다니던 머리를 짧게 쳐 발랄하고 적극적으로 보이게 했다.내친김에 안경테도 동그란 것으로 바꿔 이미지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각종 채용박람회.신문모집광고.PC통신의 구인안내등 취업에 관련된 모든 매체를 활용해 쫓아다녔다.한통에 5백원하는 성적증명서 60여통을 떼는데 3만원이 들었고,원서에 붙인 사진도 1백50장이나 됐다.면접.적성검사 예행연습도 여러차례 했다.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번번이 실패하다보니 실망감까지 겹쳐 지난해 10월이후 3개월여만에 몸무게가 무려 8㎏이나 빠졌다.
金씨는 93년 군제대후 복학해 한학기를 다니다 다시 1년간 휴학하고 취업준비를 했다.학점을 올리기 위해 전공기초를 다지고품질관리기사 1급 자격증을 땄으며 영어회화학원을 다녀 7백55점의 토익점수도 받았다.일류대는 아니지만 그리 나쁜 학벌도 아니고 학교성적도 상위권은 유지했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낙방하다보니 전화자동응답장치(ARS)가 전하는.불합격'이라는 말에 노이로제가 걸려이제는 전화기를 쳐다보기조차 겁난다고 한다.
“부모님께서 취직에 대해 한마디도 안하시는게 오히려 부담스럽고 학교에 가면.아직도 취직 못한 선배'라는 후배들의 눈초리가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연봉 1천6백만원 수준의 토요격주휴무제를 시행하는 전자.정보통신계통이면 더 바랄게 없지만 이보다조건이 약간 떨어져도 취직만 된다면 젊음을 바쳐 일할 각오가 돼 있습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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