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파워엘리트 ⑤ 보건부 장관 내정 톰 대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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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9일 톰 대슐(60) 전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를 보건후생부 장관에 내정했다. 대슐은 백악관에 신설될 보건정책실도 이끌게 된다고 오바마 측은 밝혔다. 대슐은 대선 때 오바마 선거대책위 공동위원장으로 활약했다. 로이터 통신은 “오바마가 핵심 측근 중 중진을 보건정책 책임자로 고른 것은 건강보험 개혁을 매우 중시한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대슐은 워싱턴의 연방의회에서 26년을 보낸 베테랑 정치인이다. 사우스다코타주 출신으로 하원의원 4선에 이어 상원의원 3선의 경력을 갖고 있다. 상원에선 10년 동안 민주당 원내대표로 활동하며 당을 지휘했다. 승승장구하던 그는 2004년 4선에 실패했다. 그를 떨어뜨리기 위해 엄청난 돈을 쓴 공화당의 공세에 무너진 것이다.

대슐의 낙선은 오바마와 인연을 맺는 계기가 됐다. 2004년 상원의원 선거에 처음 출마해 당선된 오바마는 대슐의 비서실장이던 피트 라우스(62·백악관 고문 내정)를 자신의 비서실장으로 영입했다. 의회에서 30여 년을 보낸 라우스는 오바마에게 대슐을 소개했다. 오바마는 상원에서 어떤 처신을 해야 하는지 온화한 성품의 대슐에게서 많이 배웠다.

오바마는 2006년 대선 도전 여부를 놓고 대슐과 상의했다. 오바마의 가족과 친구, 보좌진이 아닌 사람들 가운데 첫 의논 상대가 대슐이었다. 그는 오바마에게 “또 다른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며 “과감하게 도전하라”고 충고했다. 2007년 2월 오바마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자 대슐은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그리고 자신의 과거 참모진 20여 명을 캠프로 데려 왔다. 경선 땐 수퍼 대의원들(상·하원 의원, 주지사 등 자동직 대의원)을 대거 오바마 편으로 끌어들였다.

그런 그를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부부는 미워했다. 양측의 관계는 아직도 회복되지 않은 상태다. 대슐은 건강보험 분야의 전문가다. 빌 클린턴이 대통령에 취임한 해인 1993년 힐러리가 건강보험 수혜자를 대거 늘리려고 했을 때 대슐은 적극 지지했다. 힐러리의 구상이 반발에 부닥치고, 민주당의 다수 의원들조차 등을 돌렸을 때 대슐은 힐러리 편에 서 있었다.

그는 상원을 떠난 뒤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CAP)로 들어가 건강보험 문제를 계속 연구했다. 올 2월엔 『건강보험 위기와 관련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이란 책을 냈다. 거기서 그는 금융 문제를 다루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유사한 건강보험 관리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책을 읽은 오바마는 “참신한 해법이 많다”고 극찬했다. 오바마는 그를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기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본인은 건강보험을 개혁하는 일을 맡고 싶다며 사양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대슐을 각료로 지명한 오바마의 결정에 실망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대슐이 로비회사인 ‘알스톤 앤드 버드’의 고문이기 때문이다. 대슐은 등록 로비스트가 아니지만 그의 회사가 건강보험과 관련된 로비도 했기 때문에 논란이 생길 소지가 있다. 그의 부인 린다는 워싱턴에서 영향력이 큰 로비스트로, 대형 로비회사 베이커 도널슨의 간부다. 연방항공청 국장대행을 지낸 린다는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과 록히드 마틴, 항공사인 아메리칸 에어라인 등을 위해 로비했다. 그는 19일 “베이커 도널슨을 그만두고, 새 로비회사를 세울 방침”이라며 “지금까지 건강보험 관련 로비를 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슐은 이혼한 전 부인과의 사이에 세 자녀를 뒀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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