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일단 잠잠 극적 타결 가능성-勞政대화 이루어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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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가 명동성당에 대한 공권력 투입방침을 유보하고 한국노총의시한부 파업이 사실상 불발에 그친데다 민주노총이 16일 공공부문의 파업을 중단하고 나서자 대화를 통한 이번 사태의 해결가능성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정치권은 이홍구(李洪九)신한국당대표가 16일 기자회견에서 노동계에 대한 TV토론을 효과적인 노.정 협상 대화창구로 열어놓은 상태며 노동부를 비롯한 정부도 법집행과는 상관없이 대화의지를 밝히고 있다.
실제로 노동부는 노동법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이번 사태해결을위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아래 KBS의 협조로 가칭.노동관계법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를 내걸고 노.사.정및 학계.언론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심야 대토론회를 개최키로 하 고 노동계를 상대로 토론인사를 섭외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강경대응이 아닌 대화와 설득을 통해 노동법개정의 정신을 이해시키고 파업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 방법이 어디 있겠느냐”며“파업도 일단 고개를 숙인 만큼 대화를 통한 사태해결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 했다.
민주노총등 노동계의 분위기도 대화자체에 전혀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민주노총은 16일 李대표의 기자회견 내용을 즉각 반박하고 李대표의 사퇴촉구등 공세를 펴긴 했지만 李대표가 제안한 3당3역 회의등에 대한 민주노총의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타협의실마리를 남겨놓았기 때문이다.
즉 민주노총은“노동계가 배제된 3당3역회의는 날치기를 자행하면서 저질렀던 오판을 답습하는 것”이라고 지적함으로써 노동계가참여하는 회의라면 응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겨놓았다.또 TV토론제의에 대해서도 노동법 철회라는 조건을 달아 거부의사를 밝히는등 TV토론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은 것이다.
이에 앞서 15일 공공부문 파업중단을 선언하면서 민주노총은 정부.여당과의 대화와 협상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기본방침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더구나 장기화에 따른 파업열기의 퇴조로 더 이상 강경입장만 견지할 수 없다는 민주노총 내부의 현실적인 사정도 대화와 협상에 의한 사태해결의 전망을 높여주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노사관계에 정통한 정부의 한 관계자는“노동계의 속성상 막판 타협의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될 것”이라며“특히 외형상 세싸움에서 밀린 노동계가 어떤 형태로든 변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대화가능성을 점쳤다.
이와 함께 정부는 여러 채널을 통해 민주노총.한국노총 지도부등 노동계와의 물밑접촉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16일을 고비로 파업의 강도가 한풀 꺾이면서 대화를 통한 극적타결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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