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부터 철저한 생활영어-이스라엘 조기 영어교육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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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오는 3월부터 초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조기 영어교육이 실시된다.대부분이 세계화 물결의 생존전략으로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걱정이 많다.의도와는 달리 효과는 적으면서 사교육비 부담만가중시키는등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 이다.건국(1948년)때부터 영어교육에 집중 투자,대부분 국민이 영어를 잘구사하는 이스라엘의 초등학교 영어교육 현장에서 그 해결방법을 찾아본다.
[편집자註] 지난 6일 오전9시(한국시간 오후4시) 이스라엘예루살렘 외곽에 있는 전교생 4백87명의 샤롬 초등학교를 찾았다. 운동장에서 놀고있는 학생 10여명에게 다가가“영어를 할 줄 아느냐”고 묻자 샤니 아타르(11.5학년)가 능숙하게“약간(a little bit)”이라고 대답했다(중학교부터 대학까지10년 동안 영어를 배워도 외국인이 오면 슬금슬금 뒷걸음 치는우리와 달리 이스라엘에서는 영어가 생활화돼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평소에는 모국어인 히브리어를 쓰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같이 영어에 익숙한 비결은 무엇일까.그것은 조기 영어교육과 철저한 실생활 위주의 교육 방법에 있었다.
이스라엘에선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를 가르친다.3학년은 매주 2시간씩,4학년은 3시간씩,5~6학년은 4시간씩 배운다.
이 학교의 영어 교사인 이리트 사슨(여)은“학생들이 흥미를 느끼면서 실용 영어를 익히고 외국인을 만나도 겁내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고 말했다.
3학년은 철자.문법은 배우지 않고,만화.노래.게임등을 하면서간단한 단어나 문장을 먼저 입과 귀로 익힌다.4학년때는 철자를익히고 문법 수업은 5학년이 되어야 비로소 시작된다.
수업은 교사가 일방적으로 학생에게 암기를 요구하는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철저하게 교사와 학생이 대화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때로는 학생들끼리 부모.형제등 역할을 바꿔가면서 영어로 대화를나누기도 한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학생의 능력을 최대한 살려주고 있는 영어 교사의 조직 체제다.
샤롬 초등학교에는 교사 24명중 4명이 영어 전담교사다.사슨과 다리아 허츠버그(여)는 모든 학생에게 문법등 총괄적인 것을가르치는 전담교사며,마이클 세들리와 사라 뉴만(여)은 영어 능력이 탁월한 학생들의 회화.독본 교육을 담당하는 회화 교사다.
이들은 학생의 능력에 따라 분담해 가르치고 있다.
6학년 영어시간을 참관했다.이 학교의 학급당 학생수는 25~30명이지만 교실에는 20명밖에 없었다.
사슨은“영어 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은 별도로 모여 회화교사의 지도를 받는다.교실에서도 책상을 6개 그룹으로 나눠 배치하고 실력이 비슷한 학생끼리 같은 그룹에 넣어 수업한다”며“.수준별이동수업'이 명확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업은 45분동안 교과서에 실린.76년 이스라엘군의 엔테베 구출작전'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사슨이 교과서 내용을 영어로 설명한 뒤 녹음기로 교과서 문장을 들려줬다.이어 학생들과 내용에 대해 대화하고 학생들은 교과서의 문제를 풀었다.
사슨은“학생들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 영어 교과서는 역사등 현실의 이야기를 다룬다”며“히브리어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가능한 한 영어로 강의하며 초등학교를 마치면 학생들은 1천 단어를 구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우리 교육부가 목표로 삼 은 5백 단어의 두배다).
특히 관심을 끈 것은 수업이 두명의 교사에 의해 진행된다는 점이었다.허츠버그가 보조교사로 함께 수업에 참여,사슨이가 가르치는 동안 학습이 부진한 학생들을 찾아다니며 모르는 부분을 따로 지도했다.
이어 세들리가 진행하는 회화수업 교실에 들어갔다.5~6학년생20명이 모인 회화시간은.로빈슨 크루소'.투명 인간'등 영어 소설책을 교재로 진행됐다.학생이 읽고 뜻을 설명하면 세들리가 틀린 부분만 지적하고 내용에 대해 학생들과 토론 했다.
교실 뒤편 책장에는.이솝 우화'.작은 아씨들'등 영어 소설책1백여권이 꽂혀 있었고,책장옆 도표에는 학생의 이름과 그들이 읽은 소설책 제목이 5~14권씩 적혀 있었다.학교 본관을 나오는데 사라가 다가와“외국에서 살다온 2학년 5명 이 영어를 잊지 않도록 가르치고 있다”며“한국에서는 이런 학생들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예루살렘=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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