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자유계약 시장 구단도 선수도 눈치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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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잠잠하다. FA를 선언한 선수와 원소속 구단과의 우선협상 마감일(19일 자정) 하루 전인 18일까지도 FA 계약자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이번 스토브리그에 나온 거물 FA는 박진만(삼성·연봉 4억5000만원), 손민한(롯데·4억원), 김재현(SK·3억원), 이진영(SK·2억4000만원), 홍성흔(두산·1억8600만원) 등이다. 군침이 도는 선수가 많지만 구단들은 눈치만 보고 있다. ‘장원삼 트레이드’ 후폭풍인 측면이 강하다. 삼성이 히어로즈에 30억원을 얹어주며 장원삼을 영입한 것을 맹비난한 구단들은 큰돈을 주고 FA 계약을 했다가는 ‘돈으로 야구한다’는 비난을 받을까 봐 걱정하고 있다.

다른 이유도 있다. 올해 FA 규정은 바뀌지 않았지만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단장들은 ‘다른 팀과 계약하는 FA는 계약금을 주지 않는다. 연봉은 전년도 연봉의 50%를 인상한 금액을 초과할 수 없다. 다년 계약도 안 된다’는 야구 규약 제164조를 반드시 준수하기로 했다. 그러나 FA가 원소속 구단과 재계약을 하면 제164조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재계약에 따른 계약금을 줄 수도 있고 연봉 인상 상한액도 없다. 선수들이 팀을 옮기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구단 입장에선 낮은 가격에 FA 계약을 하면 팬들로부터 ‘담합’이라는 비난을 받을 것이 뻔하다. 또 높은 가격을 쓰면 다른 구단들로부터 원성을 들을 수도 있다. 계약기간, 계약금, 연봉 등 모든 것이 골치 아프다. 구단으로선 시범케이스가 되면 이래저래 난처한 입장에 놓일 수도 있는 상황이다.

박진만과 협상 중인 삼성의 박덕주 운영팀 차장은 “팀에 절대 필요한 선수라 잡을 것”이라며 “타 팀이 어떻게 FA 계약을 하는지도 지켜보면서 천천히 하겠다”고 말했다. 타 구단 실무자들도 비슷한 생각이다.

우승이 필요한 LG는 애가 탄다. LG는 ‘장원삼 파동’이 터지자 “FA 제도가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불만을 표시했지만 한편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최동수(37)·최원호(35)·이종열(35) 등 30대 중·후반 베테랑 3명의 FA 신청을 유도, 2명의 외부 FA를 영입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었다. 전체 FA 신청자가 9명 이상이면 개별 구단은 2명의 FA를 영입할 수 있다.

한용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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