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 도사’ 한경민군의 즐거운 공부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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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민군이 서점에서 역사책을 고르고 있다. [사진=김현동 기자]

국사를 재미 없는 암기과목으로 여기는 중·고생이 적지 않다. 사극매니어인데도 국사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학생들도 있다. 국사 공부를 즐겁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자칭타칭 ‘한국사 전문가’로 통하는 한경민(서울 명덕외고 3)군은 국사편찬위원회가 주관한 제4회 역시((歷試·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서 고급 단계에 응시한 초·중·고생 6871명 중 최고점(100점 만점 93점)을 받았다. 2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서울시 교육청·한국교육과정평가원·사설업체 모의고사를 18차례 치르면서 360문항 중 단 4문항만 틀렸다. 그런 한군도 중학교 1학년 때까지 국사가 ‘세상에서 가장 공부하기 싫은’ 과목이었다. 한군이 ‘국사 도사’가 된 비결을 들어봤다.

선(先) 흐름 이해, 후(後) 암기 사회탐구 중 암기 내용이 가장 많은 과목이 국사다. 한군은 “기본 흐름을 완벽하게 이해한 후 암기해야 한다”며 “국사교과서를 10회 이상 읽을 때도 먼저 ‘통으로’ 내용을 훑었다”고 말했다. 뿌리부터 줄기, 잎사귀 순으로 그림을 그리듯 머릿속에 큰 뼈대를 잡은 후 사건, 주요 위인 순으로 외워야 한다는 것이다. 한군은 자신의 실력을 체크하기 위해 연표를 활용했다. 직선을 길게 그린 후 100년 단위로 표시한 후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모두 썼다. “처음에는 사건과 사건 사이에 여백이 많아요. 공부 분량이 쌓이면 연표를 죽죽 채우게 되지요. 실력이 느는 만큼 국사 과목에 대한 자신감도 생깁니다.” 한군은 또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연대사 순으로 외우지 말고 한국사의 큰 흐름을 익힌 후 작은 흐름→세부 내용→중요한 부분에서 덜 중요한 부분 순으로 공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암기하기 전에 전체적인 흐름부터 이해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정치사가 국사 공부의 뿌리”라며 “그래야 경제·사회·문화사가 쉽게 이해된다”고 설명했다.

친구와 ‘역사 배틀’ 흥미 2배 한군은 국사 공부가 지겨워질 때마다 친구와 ‘역사 배틀’을 벌였다. 예를 들면 조선시대의 27대 임금을 ‘태정태세문단세’라는 약어로 외우는 시합을 벌였다. 부모나 친구들 앞에서 국사선생님이 되어 강의도 했다. 이때 완벽한 강의를 못하면 다시 정리학습을 했다.

그는 중2 때 학습만화 매니어가 되면서 국사가 의외로 재밌는 과목이란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한군은 “학습만화와 관련된 주제를 다룬 역사책을 읽고, 사극을 본 후에도 독서를 함께 해야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를 통해 과거를 보라’는 말은 국사 공부에 딱 맞는다”고 했다. 조선시대 왕을 대통령에, 영의정을 국무총리와 연관짓고 조선시대 붕당을 현재의 정당과 연관지어 공부하면서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얘기다.

한군은 “중국·일본 등 주변 강대국의 시대상황도 공부해야 한다”며 “일본 역사를 알아야 임진왜란이나 강화도조약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고, 세계사를 알아야 한국 근·현대사 심화학습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글= 박길자 기자, 사진=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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