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지도>37.오케스트라-민간교향악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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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80년대 이후 남아도는 음악인력으로 우후죽순처럼 창단된 민간오케스트라들은 KBS교향악단과 서울시향등 국.시립 단체가 관료적 타성에 젖어 있을 때.틈새 시장'을 공략해 연주 건수를 따내고 있다.
서울아트오케스트라는 성악 레코딩 반주와 발레.오페라 반주 전문 오케스트라를 표방했지만 연주회 양상은 대동소이하다.
서울아트오케스트라는 잠실교회,서울로열오케스트라가 강남교회 전속 오케스트라를 겸하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이 민간 교향악단들은 요즘같은 불경기에서는 연주횟수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또 재정난 때문에 본격적인 레퍼토리를 연주하는 정기연주회보다기업콘서트.청소년.특별연주회'에 더 비중을 둔다.
부쩍 늘어난 고객사은 음악회등 기업 콘서트도 주최측이 공개입찰에 부치는 경우가 많아 오케스트라들끼리 출혈경쟁을 치르면서 연주 건수를 따내다 보니 부실 음악회가 양산될 수밖에 없다.기업콘서트로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몰아내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수준높은 단원을 오디션을 통해 선발,막대한 인건비를 지출하는 것보다 음대 졸업반 학생들을 싼값의 비상근 단원으로 채용해 무대에 세우는 편이 더 낫다.
덕수궁 야외음악회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서울팝스오케스트라는 지붕도 텐트도 없는 겨울철 스키장 설원위에서 연주하는등.이벤트성 공연'을 양산해 지난해 1백50회의 연주회를 치렀다. 서울 시민을 위해 공원순회공연을 갖고 방학이 되면 구민회관에서 열리는 청소년을 위한 무료음악회를 도맡아 했다.
이렇게 계산한다면 이틀에 한번꼴로 연주한 셈이다.서울시향이 해야 할 궂은 일을 서울팝스오케스트라가 해준 셈이다.
서울시민들은 서울시향은 몰라도 서울팝스오케스트라는 잘 안다.
그러나 단원 봉급도 제대로 줄 수 없는 열악한 현실은 여타 민간교향악단과 마찬가지다.
하루에 2회 공연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오케스트라를 절반으로 나누어 동시에 두 군데에서 연주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러시아에서 온 바이올리니스트 클림(전 소련콩쿠르 1위)은 견디다 못해 지난해말 무대에서 이탈했고 음악감독은 시범 케이스로문체부의 협조를 얻어 다시는 국내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했다.
클림이 받았던 봉급은 월 50만~60만원.생활비의 나머지는 국내 학생들의 레슨비로 벌어 총 1백50여만원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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