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남성 정장 트렌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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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에 변치 않는 멋, 클래식 수트만의 매력
기본 스타일에 스타일리시함과 감성 담아

올가을 남성복 트렌드는 단연 ‘클래식’이다. 전통적인 브리티시 스타일과 이탈리아 감성의 스타일리시한 클래식 수트가 대세다. 가을 남성들의 마음을 파고든 클래식 수트, 세대를 뛰어넘는 멋스러움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이 빠져들 수밖에 없는 매력 포인트다.


[사진제공=제냐]

남성 수트는 아메리칸 스타일, 프렌치 스타일, 브리티시 스타일, 이탈리안 스타일로 나뉜다.아메리칸 스타일은 세계사회에 미국의 영향이 커지면서 시작됐다. 품이 넉넉해 움직임이 편한 것이 아메리칸 스타일의 특징이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박스형으로 실용적인 미국인들의 정신이 담겨 있다. 프렌치 스타일은 유럽의 귀족적인 멋을 보여준다.
각진 어깨와 가슴과 엉덩이까지 꼭 맞게 떨어지는 선, 몸에 붙는 듯한 바지로 격식을 차린다.

싱글 버튼, 뒤트임, 주름 잡힌 바지 등 우리가 아는 고전적인 디자인의 수트가 바로 브리티시 스타일이다. 영국은 섀빌로우 거리로 대표되는 정통 수트의 고장이기도 하다. 브리티시 스타일은 몸의 흐름을 따른 자연스러운 실루엣이 특징이다.

이탈리안 스타일은 아메리칸 스타일, 프렌치 스타일, 브리티시 스타일의 장점을 받아들였다. Y자 실루엣으로 대표되는 이탈리안 수트는 가장 현대적이고 스타일리시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어깨 폭은 조금 넓고 허리선은 들어가 몸에 더 달라붙는 실루엣으로 입었을 때 편안하면서 화려한 느낌을 준다. 이탈리안 스타일은 최근 국내에서 붐을 일으키고 있는 클래식 수트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전통적인 이탈리안 클래식 수트는 고객의 체형에 맞는 맞
춤 서비스, 기계화 하지 않은 전통적인 생산 방식, 고급 소재의 사용 등으로 유명하다.
한국 남성들이 본격적으로 이탈리안 수트를 즐기기 시작한 것은 브리오니에 이어 지난해와 올해 키톤, 스테파노리치 등이 소개되면서부터다. 신용준 갤러리아명품관 바이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러피안 수트가 인기를 모으기 시작해 올해는 이탈리안 클래식 수트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며 “10월 중순에 열린 갤러리아 이스트점 클래식 멀티숍 할 인행사에서 평일 저녁 6시 이후 고객이 늘어날 정도로 클래식 수트 마니아 고객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갤러리아 이스트점은 브리오니가 1억8000만 원 대, 올 초 국내 론칭한 키톤이 매월 1억3000만원 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클래식 수트의 이 같은 인기에 대해 남훈 란스미어 팀장은 “수트의 시작선인 클래식 수트의 부각은 사실 국내 시장에서 늦게 이루어진 편”이라며 “유럽은 물론 일본에서도 클래식 수트의 시장 규모가 디자이너 수트 보다 크다”고 설명했다. 또 “이탈리안 스타일은 수트의 기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섀빌로우의 브리티시 스타일을 이어받아 세련된 감성을 더했다고 볼 수 있다”며 “도시국가였던 이탈리아의 역사적 특성에 따라 도시의 특색이 담긴
수트를 만들어 클래식 수트에 다양성을 더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나폴리 수트
나폴리 수트는 인체의 곡선을 가장 잘 살린 수트로 평가받는다. 나폴리는 이탈리아의 3대 아름다운 항구 도시 중 하나로 꼽힌다. 예전부터 다민족 문화가 받아들여진 이 지역은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힘입어 귀족들의 휴양지로 자리잡았다. 영국의 귀족 문화가 가장 먼저 전해진 지역이기도 하다.나폴리 수트는 개성적이다. 재킷의 어깨 패드를 뺀 것은 나폴리 수트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준다.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어깨선은 각진 어깨라는 남성 수트의
정형화된 공식을 깼다. 재킷의 어깨부분에 주름을 잡아 셔츠처럼 가볍게 만드는 것도 나폴리 수트만의 매력이다. 마니카 카미치아(MANICA CAMICIA, 셔츠를 만드는 것처럼)라고 불리는 이 공법으로 만들어진 수트는 옆에서 봤을 때 어깨부터 소매로 내려오는 선이 곡선으로, 셔츠를 입는 것과 같이 자연스럽고 편안한 착용감을 맛볼 수 있다. 재킷의 왼쪽 가슴 포켓 주머니가 곡선인 것도 나폴리 수트의 차별화된 디테일이다. 바르카(BARCA, 돛단배)라고 불리는 이 포켓은 핸드메이드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키톤, 체아레 아똘리니, 꼬르넬리아니는 대표적인 나폴리안 수트 브랜드다. 키톤은 클래식과 엘레강스라는 기본에 충실한 브랜드다. 키톤의 수트는 여전히 350명의 양복 기술자에 의해 17단계 공정의 수작업을 거쳐 만들어진다.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비엘라 알프스의 트리베로에서 에르메네젤도 제냐에 의해 창립됐다. 제냐는 원단에서부터 시작해 1960년대 남성복 시장에 진출했다. 이 브랜드는 수공작업으로 만들어 지는 꾸뛰르 라인, 비즈니스 웨어인 살토리얼 라인, 도시적인 감각의 Z 제냐 라인, 제냐 스포츠와 액세서리 라인으로 구성된다. 꾸뛰르 라인은 수공작업의 테일러링으로 완성되는 최고급 라인이다. 제냐의 좋은 품질은 호주산 메리노 울, 내몽고산 캐시미어 등 고급 소재에서 비롯된다.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수작업으로 하루 200벌 정도만 생산하고 있다.
[사진제공=키톤]

로만 수트
로만 수트는 여유있는 스타일이 특징이다. 딱 벌어진 어깨, 액센트가 없는 허리선, 여유있는 상의와 풍성한 바지는 로만 스타일의 기본이다.로만 수트가 발전한 것은 세계 2차 대전 이후부터다. 로만 스타일에서는 영국수트의 특징과 미국 수트의 특징이 고르게 엿보인다. 몸에 달라붙지 않고 품이 여유로운 실루엣은 아메리칸 스타일에 가깝다. 이는 전쟁후 가난을 피해 미국으로 이민한 이탈리아 재단사들이 미국에서 맞춤 수트를 발전시킨 토대가 됐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로만 스타일은 영국 수트보다 품이 넓고 직선을 많이 사용한다. 특히 어깨 디자인은 끝이 하늘 쪽으로 치켜 올라가게 해 어깨가 직선적으로 벌어져 보이게 표현한다. 이러한 디자인은 전후 어려움을 겪던 이탈리아 남성들이 위풍당당해 보이는 옷을 입기 시작하면서 비롯됐다는 설이 전해진다. 이탈리안 로만 수트를 계승한 브리오니는 체형을 보완하고 가장 아름답게 표현하는 수트로 유명하다. 섬세한 테일러링과 시대를 뛰어넘는 클래식한 디자인도 멋스럽다. 세계 시장의 각기 다른 요구에 따라 차별화된 패턴을 선보이는 것이 브리오니의 인기 요인이다. [사진제공=브리오니]

피렌체 수트
가장 베이직한 스타일의 수트를 볼 수 있는 곳은? 답은 피렌체다.
피렌체 수트는 이탈리아 다른 지역에 비해 가장 고전적인 라인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피렌체는 르네상스 시대 귀족문화를 꽃피웠던 도시로 맞춤복도 일찌감치 발달했다. 이탈리아의 고도인 피렌체는 다른 지방의 문화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피렌체 수트는 소박하다. 디테일은 최소화하고 과장된 실루엣은 없는, 가장 전통적인 수트를 선보였다. 피렌체 수트는 로만 스타일과 비교할 때 몸매를 강조하고 있다. 옆선에 다트를 잡아 허리선을 강조한다.

신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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