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교원 공제회 '돈되면 다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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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원과 군인들의 복지를 위해 설립된 교직원공제회와 군인공제회가 금융시장과 부동산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이들 공제회는 거액의 뭉칫돈을 배경으로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부동산 개발, 제조업체 인수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투자에 나서고 있어 '한국판 헤지펀드'로 불릴 정도다.

◇신속 과감한 군인공제회=군인공제회는 투자할 때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 결정으로 유명하다.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사업을 추진하다가 자금이 모자라면 은행 대신 군인공제회로 달려가 합작을 제의한다. 부동산 개발업자 金모씨는 "군인공제회는 제도권 금융기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의사 결정 속도가 빠르다"며 "건설 현장에서는 시간이 돈인 만큼 군인공제회에 다소 높은 수익금을 배분해도 밑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군인공제회는 18일 자산운용사 설립 인가를 받기 위한 예비심사청구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본격적인 자산운용 사업에 뛰어드는 셈이다. 금융감독위원회 대변인을 지낸 김영재씨가 대표이사를 맡게 될 칸서스자산운용은 자본금 100억원으로 군인공제회가 지분의 40%를 댄다.

이 회사는 다른 자산운용사와는 설립 목적부터 다르다. 대부분의 자산운용사가 주식.채권 매매를 주로 하는 반면 칸서스자산운용은 기업의 경영권 인수를 주로 하는 사모주식투자펀드(PEF) 운용을 위해 설립된다. 군인공제회는 지난해 세계적인 사모펀드 중 하나인 칼라일을 제치고 금호타이어를 인수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에 앞서 2001년에는 한국캐피탈과 대한토지신탁을 인수했다.

군인공제회는 특히 부동산 개발 사업에서 후발주자로는 나름대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군 공병대에서 잔뼈가 굵은 퇴역 군인들이 부동산 개발을 주도하고 있어 건설업계에서는 "군인공제회를 속일 생각은 아예 하지 말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군인공제회는 지난해 아파트를 지어 996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손 큰 교직원공제회=교직원공제회는 68만명에 이르는 회원과 10조원의 자산을 바탕으로 주식 투자와 호텔사업, 기업 인수.합병(M&A),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말엔 온라인 자동차보험시장에도 뛰어들었다.

교직원공제회는 지난 12일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현대건설.동부건설 등과 공동으로 부산정관지구 집단 에너지(전기.열 직접 판매) 사업에 참여키로 했다. 집단 에너지 사업은 민간 기업으론 처음으로 공제회(지분 51%, 최대 주주)가 주도하는 프로젝트다. 부산시와 대한주택공사가 조성하는 신도시 거주자 8만3000명(2만8000가구)에게 전기와 열을 공급하는 독점적 사업이다.

공제회는 또 지난해 우리나라 민자사업 1호인 신공항 하이웨이의 최대 지분을 인수하는 등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기우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은 "광주 제2순환도로 건설 등 5~10년 안에 수익을 회수할 수 있는 중장기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 및 채권은 물론 M&A, 금융 및 보험 시장에서도 공제회의 투자는 활발하다. 교직원공제회는 주식과 채권시장에도 각각 1조원과 3조5000억원을 굴리고 있다. 이 중 주식운용 수익률은 29%에 달한다.

이원호.이희성 기자

*** 바로잡습니다

5월 19일자 E1면 '군인.교원 공제회' 기사 중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의 이름은 이기호씨가 아닌 이기우씨이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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