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더…기쁨더…] 기업 “출산·보육, 우리가 도와드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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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현(29·가명·부산 금곡동)씨는 지난 8월 넷째아이를 낳았다. 그는 처음으로 산후조리를 할 수 있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생활이 어려운 데다 세딸(3·4·5세)을 연년생으로 낳아 넷째 아이까지는 산후조리를 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넷째아이의 출산일이 다가오자 걱정이 앞섰다. 아직 어린 세 아이를 챙기면서 신생아를 돌보고 본인 산후조리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씨에게는 일가친척이 한 명도 없다. 이런 이씨에게 도움을 준 사람은 바로 산모 도우미 김선희(49)씨였다. 김씨는 집안 청소와 빨래는 물론, 가족의 세끼 식사와 신생아 건강관리까지 모든 일을 도와주었다. 김씨는 삼성생명이 파견한 저소득층을 위한 산모 도우미다.

교보생명 마케팅기획팀의 송혜윤(29)대리는 2004년 결혼했지만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었다. 막연히 아이를 낳는 것이 힘들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송씨는 그러나 남편의 권유로 결혼 3년 만에 아이를 가졌다. 출산 예정일이 다가오자 그는 은근히 걱정이 됐다. 출산휴가 3개월과 육아휴직 6개월을 쓰려고 하니 회사 동료에게 미안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송씨는 아이를 낳은 후 회사에 얘기를 했다. 회사 측은 흔쾌히 “아기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근무시간을 줄여주겠다”고 했다. 교보생명은 올해부터는 3세 미만 영유아를 키우고 있는 사원이 1년 동안 주당 15~30시간만 일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주요 기업들 사이에 출산과 보육을 돕는 가족친화 경영이 확산되고 있다. 출산과 보육을 돕는 것이 자사 직원은 물론이고 기업에도 이익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직원 만족도가 높아지면 결국 생산성 향상과 대고객 서비스의 질 제고로 이어진다. 국가적으로는 출산율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유럽에서는 1970년대부터, 미국에서는 90년대부터 가족친화 경영이 확대되고 있다.

삼성생명은 2006년부터 내년 3월까지 모두 90억원을 ‘산모 도우미 지원사업’에 쓸 계획이다. 이 사업은 저소득층 산모 가정에 산모 도우미를 무료로 파견해 경제적인 도움을 주고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시작했다. 자연분만 산모는 2주간, 제왕절개 산모와 쌍생아 출산 산모는 3주간 가정으로 산모 도우미를 파견한다. 산모 도우미도 육아 양육 경험이 있는 저소득 여성이다. 저소득층 산모 도우미는 연간 140명, 저소득 산모는 연간 2700명에 달한다. 삼성생명은 직원이 아이를 낳았을 경우 일정 금액을 출산장려금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3일간의 유급 휴가를 주고 있다.

삼성생명 사회봉사단 서상웅 과장은 “여성의 출산과 보육은 임직원에 대한 지원 수준을 넘어 사회공헌의 관점에서 지원하고 있다”며 “앞으로 지원금액을 계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5월 보건복지가족부로부터 ‘가족친화 우수 기업’ 대통령상을 받은 교보생명은 육아휴직과 탄력적 근무제도의 이용률이 높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육아휴직을 쓰고 있다. 이 회사는 가정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반일휴가제를 도입했다. 출산휴가자 중 육아휴직 사용 비율이 2007년 18.9%에서 올해 10월 현재 28.7%로 높아졌다. 2005년 62.3%였던 종업원 만족도는 지난해 64.7%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1인당 생산성도 1억5000만원에서 1억7000만원으로 올랐다.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은 “모든 것을 희생하고 돈만 많이 번다고 성공이 아니며, 행복한 가정은 성공한 삶을 이루는 필수 요소”라고 말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지난해 12월부터 만 6세 이하 자녀를 둔 직원으로까지 육아휴직 대상을 확대했다. 휴직기간은 3년으로 연장했다. 소프트웨어업체인 이스트소프트는 여성휴게실을 운영해 모유 수유를 돕고, 출산휴가 뒤 복직하는 여직원에게 기본급의 100%를 지급하는 ‘산후 근속 장려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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