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서울대 면접시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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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70년대초 제작된 미국 영화.페이퍼 체이스'는 하버드대 법대생들 얘기다.영화를 본 사람은 형법시간에 구체적 판례연구를 통한 혹독한 문답식 강의장면을 기억할 것이다.하버드대 법대 강의는 교수가 진행하고 학생은 듣는 일방적 방식이 아 니다.교수는집요하게 질문을 던지고,학생은 그에 답해야 한다.소위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이다.질문에 제대로 답하려면 엄청난 양의 자료를 미리 읽어야 한다.
진리탐구에서 문답법을 도입한 사람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다.그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지식을 주입하지 않고 질문을 통해 대화함으로써 스스로 깨닫도록 했다.문답을 통해 자문자답(自問自答)의 자기반성을 하고,상대방의 발달 가능성 을 발견해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소크라테스는 조산원(助産員)이었던 어머니로부터 이를 배웠으며,.정신적 조산술'이라고 이름붙였다.조산원이 임산부에 대해 출산.유산을 판정하고 진통을 촉진.진정시키듯 상대방 정신에 깃들인 사상 에 대해 자신도 같은 일을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문답법은 진행과정에서 전반의 소극적 파괴단계와 후반의 적극적건설단계 두가지로 나뉜다.즉 처음엔 상대방의 비속한 견해를 비판하고 독단을 논박하며 무지를 자각시킨 다음,건설적 암시를 통해 진리의 발견을 도움으로써 부동(不動)의 진리 를 확립하는 것이다.문답의 원칙으로 자신이 생각한 것을 솔직하게 최소한의 말수로 말할 것,질문된 사항에만 답하고 다른 것은 말하지 않을것 등이 요구된다.
이번 대학입시에서 서울대가 실시한 면접시험은 신선한 충격을 준다.통과의례적 절차에 불과했던 종래의 면접시험이 아니라 올바른 사고와 논리를 요구하는 시험다운 시험이다.면접관이“대학에서진리탐구와 직장설계중 어느 것이 주가 돼야 하는 가”라고 물으니,수험생은“진리탐구가 대학 본연의 기능이다”고 답한다.면접관은“그러면 진리란 무엇인가.갈릴레이시대의 진리와 현대의 진리는어떻게 다른가.”고 이어진다.
수험생들은 물론 혼쭐이 났을테지만,그동안 주입식 입시준비로 일관해 온 고교교육에 대한 하나의 경고다.우리 고교교육은 대학입시가 좌지우지한다.서울대의 이번 시도는 고교교육 정상화 측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으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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