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복기의 머니 콘서트] 종부세 줄이려다 취득·등록세에 덜미 잡힌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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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호 26면

종합부동산세가 일부 위헌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특히 ‘세대별 합산 과세’가 위헌이라는 판결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그동안 종부세 때문에 고민했던 사람들에게 세 부담을 덜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종부세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전망이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다. 맞는 말이다. 보유 부동산을 가족 명의로 분산하면 사실상 종부세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게다가 배우자에 대한 증여 공제 한도가 6억원으로 확대됐고, 내년부터 증여세율이 낮아지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이런 좋은 상황에서도 종부세 부담을 전혀 줄일 수 없는 사람이 있다. 자칫 종부세를 줄이려고 하다가 되레 부담을 더 키울 수도 있다. 간단한 예로 A씨가 공시가격 6억원인 아파트 2채를 갖고 있다고 치자. 그동안 이 집을 남편 명의로 관리하고 있었다면, 이번에 배우자에게 증여함으로써 종부세 부담을 완전히 떨칠 수 있게 된다. 물론 배우자에게 증여하는 6억원에 대해서는 증여세가 없다. 문제는 부동산 증여로 생기는 취득세와 등록세다. 이 돈이 만만치 않다.

취득세와 등록세를 합쳐 세율이 4%이고, 과세대상 가액이 실거래가액 기준이라 과표가 높아지게 된다. 6억원 아파트를 증여할 때 최소한 취득세와 등록세 부담으로 2400만원을 내야 한다. 정작 줄어드는 종부세 부담은 그리 크지 않다. 어림잡아 500만원이 되지 않는다. 이것만 놓고 비교한다면 오히려 증여하지 않고 종부세를 납부하는 것이 이득이다. 이처럼 단순히 종부세 부담을 줄일 목적으로 증여를 고민하고 있다면 오히려 세금 부담을 키우는 꼴이 될 수 있다.

결국 본인의 상황에 맞게 제대로 활용해야 종부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소리다. 대표적 사례가 새롭게 부동산을 취득할 때와 자녀를 위해 사전증여를 할 때다. 제대로 전략을 짠다면 종부세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특히 고가 아파트를 살 때 부부 공동명의는 이제 절세를 위해 꼭 필요한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2주택 보유자라면 자녀에게 미리 증여하는 것도 절세 측면에서 여러모로 이득일 가능성이 크다. 이번 일부 위헌 결정이 모든 사람에게 유명무실한 것처럼 비칠 수도 있지만, 상황에 따라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 섣불리 종부세를 줄이려고 하다가 부담을 키우는 우를 범하지 않는 게 중요하고, 이제는 부동산 취득과 증여 시 더욱 많은 고민을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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